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영화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犬と私の10の約束, 2008)

by 권수현

일본 홋카이도 해변 마을이 배경. 주인공은 병원일 때문에 바쁜 아빠와 그림을 그리는 엄마와 사는 중학생 소녀 아카리. 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외로움을 타는 딸에게 강아지를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대신 딸에게 개와 지켜야 할 10개의 약속을 들려준다. 영화는 소녀 아카리와 양말 신은 발을 닮아 Socks라는 이름을 붙여준 개(골든 리트리버)가 함께 한 7년의 시간들을 잔잔히 그려낸다.

주인공이 사는 공간은 소박하지만 단란하고 아기자기한 삶의 풍경들을 담고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당에, 조그마한 울타리, 부엌과 연결된 화사하고 아늑한 거실. Socks는 아카리에게 몇 가지 작지만 위대한 기적을 가져다준다. Socks가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 아빠는 이런 일상을 누리기 위해 출세를 포기하고 시골 마을 의사로 남는다. 아카리네 집 마당엔 벚나무가 한 그루 있다. 벚꽃이 가득한 풍경과 선량하기 그지없는 Socks의 눈이 닮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삶과 죽음의 순환 속에 놓인 존재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일상을 함께 하는 존재들에게 성실해야 한다는 것. 그걸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파트 위층에 어느 중년 부부는 은퇴한 맹인견과 함께 산다.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저녁 10시가 넘어야 산책을 나간다. 산책길에 그 일행과 마주칠 때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득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누군가로부터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영화 속 아카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하나, 제 말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 주세요.
둘, 나를 믿어주세요. 전 항상 당신 편이에요.
셋, 나와 잔뜩 놀아주세요.
넷,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다섯, 우리 싸우지 말아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해요.
여섯,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일곱,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죠?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어요.
여덟,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 살아요. 그러니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열,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을 잊지 않을게요. 내가 죽을 때 부탁드려요. 옆에 있어주세요.


아카리가 강아지 Socks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면서 엄마가 들려준 10가지 약속이다.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영화.


2011년 3월 14일


사족. 골든 리트리버가 순하고 얌전한 캐릭터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것은 편견일 뿐. 2022년 1월 22일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4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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