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이 될 수 없는 영혼

Gone to Earth (1950)

by 권수현

영국 웨일스 출신의 Mary Gladys Webb(1881~1927)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니퍼 존스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살아가는 여주인공 Hazel역을 맡았다.

Hazel의 집은 집인지 축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집안에 각종 야생동물을 들여놓고 산다. 워낙 촌구석인지라 사람들과의 왕래는 드물고 산과 들, 어미 잃은 여우가 그녀의 벗이다. Hazel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관을 짜 주는 등 잡다한 일로 생계를 잇고 있지만, 때론 마을 행사에 불려 가 하프를 연주하기도 한다. Hazel 부녀는 마을의 기독교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그다지 미치지 않는 곳에서 기독교의 신보다는 자연을 두려워하고 경외한다. Hazel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성경책이 아니라 어머니가 남긴 주술에 의존한다.

부녀가 마을의 기독교 커뮤니티의 행사에 참여하는 장면에서, 땅속의 깊은 구멍이 등장한다. 여성의 자궁을 연상하는 이 구멍은 예전에도 동물을 삼켜 앗아간 전력이 있다. 헤이즐은 “처음 구혼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맹세 때문에 목사와 결혼하지만, 노골적인 성적 욕망을 드러내면서 접근하는 마을 지주의 유혹에 흔들린다. 목사 남편 에드워드의 세계와 호색한 지주 잭 레딘의 세계는 여러 면에서 대립적이다. 기독교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일단 표정부터 근엄하고 경직되어 있다. 여성들은 언제나 단정해야 하며, 표정이나 말투, 행동 면에서도 규범에 따라야 한다. 한편 지주인 잭은 첫날밤 이후 줄곧 성적 접촉을 자제해온 남편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들이댄다. 마치 여우를 사냥하듯이.

영화의 배경인 황량하고 거친 자연의 풍경은 「폭풍의 언덕」을 연상시킨다. 헤이즐을 단죄하려는 기독교 커뮤니티의 남성 지도자들과 지주 잭이 주도하는 여우사냥꾼의 무리 사이에서 헤이즐이 여우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영혼을 인간 세상이 아닌 다른 곳에 의탁한 듯한 주인공 제니퍼 존스의 표정과 눈빛 역시 인상적이다.

사족. 알고 보니 원작자 매리 웹은 시인이기도 하던데, 어쩐지 이 영화에 시인의 영혼이 느껴졌더랬다. “gone to earth"는 사냥감을 더 이상 쫓을 수 없을 때 사냥꾼들이 외치는 말이라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영화의 결말을 암시한다.


2011년 2월 15일


※ 영화 정보 : http://www.imdb.com/title/tt004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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