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한국, 2018)
< 나는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
# 완벽한 타인(2018) 스포일러 포함
영배 : 민수 씨 한번 소개해주라.
석호 : 아니, 사람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은 가려져도 금방 드러나게 되어 있어. 만약 민수가 여기 왔다면, 너네는 아무렇지 않게 잘 대해줬을 거야. 앞에서는 늘 그러잖아. 안 그래? 근데, 결국 너희 눈빛에 상처받았을 거야. 나 그 사람 상처받는 거 싫어. 사랑하면 지켜주고 싶거든. 이것으로부터든, 너희들로부터든.
- 완벽한 타인(한국, 2018) 중에서
다정하고 사려 깊은 40년 지기 친구 영배는 석호에게 연인을 소개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년에 이르러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 석호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보통의 다정함과 우정으로는 가릴 수 없는 혐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남을 제안한 영배는 '보통의 선의'가 그렇게 한없이 얄팍하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때로 혹은 가끔, 상대방의 진심을 그냥 알게 되는 때를 경험한다. 세련된 매너, 사려 깊은 태도, 그 밑에 숨겨진 상대방의 진심이, 눈빛을 포함한 에너지로 감지되는 그런 때가 있다.
예민한 센서를 가진 사람 앞에서 나의 진심은 언제든 들키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혐오가 보통의 질서로 자리 잡힌 곳에서 개인이 마음을 곱게 먹는 게 쉽지 않다.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마음을 곱게 먹기까지 숱한 깨달음과 공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그런 공부를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늘 자각하고 살아야 한다. 사람들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나만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마음을 곱게 먹으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반성도 해야 한다. 내 본성을 아는 한 가지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반영된 내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주변에 좋은 거울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을 둬야 한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혐오의 공기를 바꾸는 것이다. 좋은 공기 마시고 살면 구태여 매 순간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 공기가 바뀌는 그날까지,
우짜든동, 나는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그래야 천국 가니까.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투쟁!
사족. 이탈리아 원작 영화, 완벽한 타인(2016), 중국(2018)과 한국(2018)의 리메이크 중에서 한국판이 제일 재미있다. 중국판은 검열 때문에 원작에서 중요한 부분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었고, 쓸데없이 가르치려고 드는 데 그 내용도 못마땅하다. 검열은 창작을 훼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