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기관차,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01_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by 권수현


< 폭주 기관차,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


엊그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줄임말 '지우학').


오징어 게임의 악마 캐릭터를 10대 청소년 버전으로 재난이 발생한 고등학교 현장에 그대로 옮겨 놓은 이 영화는 일종의 폭력의 칸니발이다. 익스트림 무비를 지향하는 영상물에서 볼 수 있는 문제 요소를 다 갖고 있어서 어디서 어디까지 문제를 짚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그냥 진저리가 쳐진다. 한마디로 가지가지하는 영화다. 누가 조목조목 비판해 주면 좋겠다. 나는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벌써 엄두가 안 난다.


10대 청소년의 삶의 터전을 다룬 영상물, 10대 청소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주요 등장인물 배역을 맡은 영상물, 이제 막 영화계에 입문한 초급/적응/생존 시기의 어린/젊은 사람들이 주요 배역을 맡은 영상물, 집단적 재난을 다룬 영상물, 아무리 가상의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런 영상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켜야 할 것 혹은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런 것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영화의 가장 저급한 요소 중 하나는 사회 비판 의식을 가장하여 그것을 철저히 폭력의 향연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서 재난 상황에서 학교 교실에 고립된 10대 청소년들이 카메라로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는 장면. 세월호가 물에 가라앉을 때, 물이 차오르는 배 속에서 희생자 단원고 학생들이 휴대폰에 남긴 메시지 영상을 차용한 것이다. 이 저급하고 무례한 장면에서, 나는 내 안에서 소중한 무엇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참담했다. 폭주하는 익스트림 무비에는 바닥이라는 것이 없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이후,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상물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도 같다. 우리가 '국뽕'에 흠뻑 취해 있는 한, 앞으로 익스트림 무비 메이커, 한국의 남성 감독들이 주도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폭주 기관차가 될 것이다. 한국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미 폭주 기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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