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혐오와 인종주의에 관한 메모
< 고릴라한테 미안해서 >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들 때, 그 사람의 인격이나 존재를 동물에 비유하여 그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한국인이라면, 개, 쥐, 여우, 늑대 등을 빗댄 언어 수행 관행에 익숙하다. 동물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그 자체로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동물의 실제와 무관하게 인간의 부정적 감정이나 편견이 투사된 것이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은 인종주의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신세계 정용진이 고릴라를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용진이 SNS에 온갖 유형의 해로운 말들을 쏟아낼 때마다, 어떤 막말을 해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 상황을 거듭 볼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욕감, 무력감, 분노가 누적될 때,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을 고릴라와 연상된 단어로 표현하는 상상을 했다.
실제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자각했다. 내가 정용진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고릴라에게, 그것도 종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품었다는 것을. 부끄러웠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고릴라에게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은 그럴 권리가 없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 지금까지 고릴라에 관한 명상을 했다. 고릴라 사진, 영상을 찾아보면서, 고릴라 종에게 품었던 나쁜 마음을 반성했다. 그 과정은 인간이 고릴라에게 끼친 해, 인간이 그 종을 어떻게 멸종 위기로 내몰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인간 나이 정용진보다는 젊지만, 그래도 비슷한 세대의 고릴라 사진을 찾아서 그렸다. 서툴게 그려진 것을 보니, 반성하는 마음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당분간 더 반성해야지. 그림 제목은 “고릴라한테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