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의 ‘남성 혐오’

03_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by 권수현

1. 남성 동성 집단의 남성 혐오 메커니즘


여성 혐오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이제 남성에 의한 ‘남성 혐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에 의한 남성 혐오 중 가장 일반화된 것은 남성성을 줄 세워서 등급화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하위 남성성’을 비난하고, 폄하하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남성 동성 집단의 성격에 따라 혐오의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남성에 대한 비난과 폄하, 조리돌림이다.


페미니즘, 여성 인권 이슈에 관심이 있는 남성은 동성 집단 내에서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성에게 등을 돌리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집단 내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충만하다면, 친한 친구 사이에서 ‘너 혹시 페미니스트야?’라는 가벼운 농담만으로 여성 인권 친화적 남성을 여성 혐오자라는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


2. 여성에게 공감하는 '찌질한' 남성 페르소나


여성에게 동일시하거나, 여성에게 공감하거나, 여성에게 인간적 마음/진심을 품은 남성 역시 조롱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런 남성이 외모, 학력, 경제적 자원, 인품, 평판, 인기 등 어떤 측면에서건 가진 것이 많거나 ‘괜찮은 남성’이라면, 조롱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조롱 행위자의 ‘가오’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남성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방식 중 하나는, 집단적 괴롭힘/폭력을 통해 ‘언더독’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또는 그 남성에게 ‘찌질한 놈’이라는 ‘열등한 남성성’의 낙인을 찍어 평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자에게 등 돌리고 배신하는, 남자로서 품격 떨어지는 '찌질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여성 혐오 콘텐츠,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사용한 남성 혐오 기술이다.


이 콘텐츠에는 한 여학생이 동기 남학생들에게 집단적 괴롭힘, 불법 촬영과 유포 협박을 당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기꺼이 그 폭력에 동참하는 무리와 다른 결을 가진 남학생이 있다. 그는 피해 여학생에게 동일시하고, 공감한다. 그것은 그가 단지 그 여학생을 좋아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폭력과 범죄에 대한 윤리 의식과 도덕 감정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쎈캐’, 즉 아무런 이유 없이 극단적으로 난폭하고 잔인한 캐릭터들이 활개 치는 이 콘텐츠에서, 여성 피해자에게 동일시하는 남성은 결국 끝까지 ‘찌질한 놈’으로 처리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여성 혐오에 동의하기 쉽기 때문이다.


폭주 기관차,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시청자로 하여금 폭력을 즐기는 일에 동참하게 만든다. 여성 혐오 프레임의 이면, 남성 혐오를 읽어내는 일, 그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각자의 위치에서 여성 혐오 생태계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및 젊은 성인 남성 대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경험자 인터뷰를 해 보면, 이들에게 여성의 피해를 설명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 효과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이들이 남성 집단 속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탈동일시'를 경유하여 생존했기 때문이다. 여성을 혐오하지 않으면, 그리고 동료 남성을 비하하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은 생태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그것이 한국 사회가 여성 혐오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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