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대만 드라마 <통령소녀>는 16세(시즌1)~17세(시즌2) 고교생 여성이 주인공인 학원물로, 중화권 드라마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드라마다. 주인공은 '통령 소녀', 즉 귀신을 볼 수 있고, 귀신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낮에는 학교에서 학생으로 살지만, 저녁에는 신전(신을 보시는 곳)으로 출근해서 영매로 일한다. 몸은 하난데, 하나만 해도 만만치 않은 두 가지 역할을 하느라 늘 피곤하다.
학교에서는 절친 1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주인공이 영매라는 사실을 모른다. 주인공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어릴 적, 귀신과 대화하는 아이라는 것이 알려져, 왕따로 인해 외톨이가 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있는 주인공은 학교에서 그저 눈에 띄지 않길 바랄 뿐이다. 왕따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주인공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동료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그런 '평범한 고교생'이다.
저녁에 영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삶이 잘 안 풀리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었거나, 말 못 하는 사연을 가진 어른들이다. 주인공의 역할은 그들의 부탁을 받아 죽은 이와 소통하고 죽은 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들의 삶에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조차 풀지 못하는 숙제로 가득한 주인공에게는 '통령', 즉 귀신과 통하는 일은 버겁다.
에피소드마다 무거운 과제를 들고 신전을 찾아오는 의뢰인의 사연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어른들이 가져오는 그런 다양한 난제들을 접하고 풀어간다. 한편 학교에서는 전학 온 남학생과 가까워지고, 연극부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주인공이 영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다. 시즌1은 10대 영매의 고단함과 버거움, 이런저런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학교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드라마는 영매인 주인공이 자신과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시즌1에서는 주인공이 신전에서 만나게 되는 어른들의 사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시즌2에서는 좀 더 또래들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
대만 드라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해한 공기'가 이 드라마에도 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단지 10대 영매 여주인공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에만 있지 않다. 대개 학원물에서 보이는 등장인물과는 다른 캐릭터화 방식과 관계 맺기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누구 하나 악마화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문제를 직면하는 전개 방식이 인상적이다.
사족. 그림 설명 : <통령소녀에서 볼링장의 연극반 동아리 동료들>
- 드라마에서 주인공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 외에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연극반 동아리 동료들이다. 여러 명의 조연들이 있는데, 서사의 중요한 부분을 끌고 가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감상할 때, 조연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은 아마도 주인공의 서사가 몹시 압도적인 탓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 후반부로 가면서 캐릭터의 정형성 등으로 인해 조연들의 개별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조연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보다는 또렷하게 보이는, 그런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그런 아쉬움에 연극반 동료들이 볼링 치는 장면에서 2명의 뒷모습을 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