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족 배경이 다양한 어린이 주인공이 필요한가?

성평등/가족 다양성 그림책

by 권수현

1. 소수자에게는 자신과 닮은 롤모델이 필요하다.


한국계 입양인으로서 백인 가정, 백인 마을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미국의 작가 니콜 정(Nicole Chung)은 뉴욕타임스에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비백인 어린이에게 자신의 피부색을 닮은 롤모델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에 큰 울림을 주는 에세이를 썼다.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나의 어린 시절: 왜 피부색이 다양한 영웅이 필요한가?"(5월 10일, 2016), 이 글은 1981년생 아시아계 미국인 니콜 정(Nicole Chung)이 10대 초반인 1991년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일본계 미국인 크리스티 야마구치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장면을 회고하면서 시작된다.


"일본계 미국인 여성이 목에 금메달을 걸고 자랑스레 미국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본 그 순간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느꼈다. (중략) 나는 그때까지 백인이 아닌 소녀가 미국에서 모두의 칭송을 받고 사랑받는 모습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나의 영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중략) 나를 대표하는 누군가, 무언가가 생긴다는 건 정말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력한 경험이다. 그전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소수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삶은 '타자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가족, 학교, 지역 사회 등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에서 '이방인', '외부인', '투명인간', '불청객'이라는 감각이 그것이다. 한편, 그 차별의 배경 혹은 맥락이 무엇이냐에 따라 독특한 서사적 경향성을 보인다. 미국의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백인 공동체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서사에서는 자기 자신이 '이방인'을 넘어서서 '외계인'처럼 느껴졌다고 하는 이도 있다. 온통 백인으로 이뤄진 세상, 백인만이 '정상적인/바람직한' 사람으로 전제되는 세상, 백인 이외의 인종은 잘 보이지 않거나, 부족하거나 잘못된 존재로 묘사되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환호하고 응원하는 아시아계 스타의 존재. 그것은 아시아계 어린이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부여해주고,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2. 우리에게는 다양한 가족 배경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수자 어린이에게는 자신을 닮은 '영웅' 혹은 '아이돌'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같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이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성애 부모와 그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이라는 이상화된 가족의 '외부'에서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자신과 닮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


<스텔라네 가족>처럼 성소수자 부모를 둔 어린이 주인공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이야기, <엄마와 나>처럼 입양 가족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Story Boat> 혹은 <징검다리>처럼 난민의 경험을 가진 가족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이런 이야기처럼 모든 아이들이 각자 자신과 같은 가족 배경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으로 이뤄진 모자이크 중 하나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꼭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가는 가족 형태를 긍정하는 방식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알사탕>처럼 아빠와 둘이 사는 어린 주인공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보통의 과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풍요로운 이야기 생태계 속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가족 배경의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꾼들이 많은 세상, 아이들이 그런 풍요로운 이야기의 밭에서 나른하게, 신나게, 짜릿하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그런 세상에 도착한 것 같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 니콜 정(Nicole Chung)의 에세이 링크 :

https://www.nytimes.com/2016/05/11/universal/ko/what-i-learned-from-kristi-yamaguchi-kore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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