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1.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성평등/가족 다양성 그림책

by 권수현

이성애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가족'이라고 믿는 세상에서, 오직 그런 가족들만 존재한다고 믿는 세상에서, 그 외의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의 지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인구학적-가족적 다양성이 제대로 보이는 지도가 그것이다. 그들의 존재가 단지 정상 가족의 '외부'가 아니라, 다양하고 풍요로운 가족 생태계의 일부로 보이는 그런 지도 말이다.


특히 '정상 가족'이라는 규범적 틀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보이고 들리는 이야기 아카이브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그들에게는 삶의 토대이자 영혼이 되어준다. 혼자서 유아기/아동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동일시하거나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책 두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하는 두 권의 그림책은 모두 아빠와 남자아이로 구성된 가족을 배경으로, 주인공 아동을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첫 번째 그림책은 <남자가 울고 싶을 땐>

- 존티 홀리 글. 그림, 김보람 역, 2019, <남자가 울고 싶을 땐>, 불의 여우.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가 만들어지는 방식 중 하나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라는 규범의 사회화다. 이런 사회에서, 출생과 더불어 '남자'로 호명된 사람들은 '남자'라는 틀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위협, 모욕, 배제, 폭력에 노출된다. 그래서 안전, 즉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남자의 자격'에 맞추려는 평생의 투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생각, 남자라는 기준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 그것을 읽어내고 표현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적응하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풍요로운 감정을 느끼는 내면의 아이를 자아 깊숙한 곳에 봉인하고,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되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 역설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큰 아이 Big boy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 존티 홀리의 <남자가 울고 싶을 땐>은 아이가 전학가게 된 학교에 등교하는 첫날, 긴장과 두려움에 울먹거리는 아이와 그 아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의 걱정을 잠재우고 달래기 위해 아빠는 아들에게 '남자는 울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정작 아이는 학교 가는 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수많은 다 큰 남자들이 마음껏 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결국 아이도, 아빠도, '울고 싶을 때는 얼마든지 울어도 괜찮다'라고 서로 격려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야기.


"남자는 울지 않는다", 영어권 국가에서 그것을 "Big boys don't cry"라고 표현한다. 이 책의 원제, "남자들이 운다 Big boys cry"는 ''남자가 울면 안 된다'는 상식을 이렇게 해체한다. 단지 '울어도 괜찮아'를 넘어서서 일상에서 '우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 발견하게 해 줌으로써.


다양한 순간에, 예를 들면, 감동했을 때, 아쉬운 이별을 할 때, 소중한 것/존재를 잃었을 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 노력의 결실이 이루지는 순간에, 우리는 눈물이 난다. 다 큰 남자라는 이유로 그런 순간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면, 그것은 삶에서 얼마나 큰 박탈인가.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기에 스스로 '진실된 삶'을 사는 다 큰 남자들 big boys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이 책의 주인공 소년과 같은 이들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울고 싶을 때 울어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진실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성별 고정관념의 해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부모 가정의 아빠와 아들이지만, 이 책 어디에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와 '엄마 없이 살아가는 아이'의 고단함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새로 이사 간 동네, 새로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어른과 아이가 주인공일 뿐이다. 이 책은 누구나 겪게 되는 '첫날'의 주인공, 한부모 아빠와 아들을 통해 성평등과 가족 다양성의 가치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해방의 기쁨을 맛보게 해 준다.


# 도서 정보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774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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