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시리즈, "개와 함께"(2021)

by 권수현

지난 일주일 동안 갑자기 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보고 싶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보았던 다큐멘터리 영화는 모두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종의 인간 생태계에 관한 문화기술지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몇 편 보고 나니 어떤 허기가 채워지는 동시에 다른 허기가 생기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허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단 개와 인간에 관한 인류학적 관심이라고 해 두자. '개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개와 함께"(2021)


세계를 무대로, 개와 인간의 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조명한 다룬 시리즈. 장애인을 돕는 서비스 개(service dog), 시리아 난민과 반려견, 이탈리아 호숫가에 사는 한 어부와 그의 단짝 파트너 개, 뉴욕의 유기견 보호소, 지역 사회에서 떠돌이 개에게 집을 찾아주는 액티비즘을 하고 있는 브라질의 신부, 정부의 동물 보호 정책으로 생겨난 떠돌이 개 문제와 그래서 만들어진 '떠돌이 개들의 산'이라고 불리는 코스타리카의 유기견 보호소, 일본의 애견 미용사, 다양한 배경에서 개와 함께 살아가거나 헤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10편 중 유독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 세 편.


시리아 난민과 그의 반려견 제우스의 상봉 과정을 다룬 이야기, "어서 와, 제우스", 이탈리아의 호숫가 시골 마을에서 반려견 "아이스"와 함께 물고기를 잡고 가족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어부 이야기, "호수의 아이스", 그리고 뉴욕의 동물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입양/보호소 이야기, "두 번째 기회". 이 세편의 공통점은, 개와 인간이 함께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거나, 그러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1) "어서 와, 제우스"


"It was really strange when I first arrived in Berlin. When you're in Syria, no one is looking differently at you. But when you come to Germany, people look differently at each other. They have sterotype idea about foreigners. "Poor refugee." This is your status.


처음에 베를린에 왔을 땐 정말 낯설었어요. 시리아에선 아무도 나를 다르게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독일에 오니,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쳐다보더군요. 여긴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요. "불쌍한 난민", 이게 여기서 저의 신분이에요." - "어서 와, 제우스" 중에서 아이함의 내레이션


"어서 와, 제우스" 영어 원문 자막에서 인상적인 점. 아이함의 내레이션 원문을 보면,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독일에 도착한 이방인이 감지하는 강렬한 타자성, 아이함이 그것을 영어로 표현할 때 일인칭 'I'가 아니라 이인칭 'You'를 주어로 택했다는 점이다. 즉, 10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징집을 피해 홀로 독일로 망명한 20대 초반의 화자의 관점으로 시청자를 초대하여, 그가 시리아에 두고 온 반려견 '제우스'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그의 관점에서 경험하게 한다. 그런 배경을 가진 아이함과 제우스의 상봉 장면, 여러 번 돌려보았다.


2) "호수의 아이스"


배경은 아름답고 고즈넉한 호수가 있는 이탈리아 산골 마을. 어부로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는 눈을 좋아해서 '아이스'라고 불리는 반려견이 있다. 아이스는 단순한 파트너 독(보통 인간의 일을 함께 하거나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개)이 아니다. 아이스는 어부와 단짝이자 소울 메이트이다. 이 에피소드에 마음이 갔던 이유는 아이스의 표정, 분위기 때문이었다. 긴장이나 두려움이 없이 평화롭고 충만한 아이스의 표정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느긋해진다.


3) "두 번째 기회"


이 에피소드는 떠돌이 개를 보호소로 데려와 치료해 주고, 입양 가족을 찾아주는 과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이 에피소드에서 감동적이었던 지점 하나. 동물 단체 활동가 애나가 주 경계를 넘어 운전해서 수십 마리의 개를 데려오는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 장면이다. 장시간 이동 중 애나는 도중에 여러 번 그 많은 개들을 산책시키고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애나는 약속된 포인트에서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그 과업을 함께 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뉴욕이 매력적인 이유는 개와 함께 살아가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기견 보호소를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을 보면, 뉴욕이 살기 좋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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