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시리즈, "우리 개를 도와줘!"(2021)
미국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에서 반려동물 훈련소를 운영하는 훈련사 재스 레브렛이 반려동물 보호자/의뢰인가 가져온 이슈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리얼리티 시리즈, 시즌 1 총 6편. 프로그램 형식은 한국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유사하지만, 이 시리즈는 개와 보호자가 겪는 문제 유형, 훈련사의 개입 방식과 태도 등에서 미국의 독특한 맥락이 잘 드러난다.
1. '생존 모드'에서 살아가는 개와 인간
이 시리즈를 보면 사람들이 개와 함께 살고자 하는 다양한 이유 중에서 미국의 맥락에서 유독 많이 언급되는 것이 '생존', '보호', '안전' 이슈다. 그러한 이슈의 배경에는 미국의 인종 차별, 계급 문제, 총기 소지 문제 등이 얽혀 있고, 그러한 차별이 만들어내는 위험과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 있고, 개가 있다.
훈련사 재스 레브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여기서 살아남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오클랜드 출신이다. 그는 언제든 총에 맞거나 혹은 폭력이나 범죄로 죽을 수 있는 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여느 '평범한' 흑인 남자처럼 그에게도 범죄자가 되어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가까운 지인이 있다.
'생존 모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이다. 훈련사 재스 레브렛은 어떤 생명체가 보호막 없이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극도의 긴장 상태를 이렇게 명명한다. 그는 이 '생존 모드'라는 표현을 반려 동물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적용한다. 핏불 레이디 맥베스("레이디 맥베스" 편)는 다리 하나가 없는 장애견으로 낯선 사람을 보면 갑자기 사납게 돌변하는 공격성을 보인다.
레이디는 입양되기 전 홈리스 보호자와 길에서 살았는데, 총에 맞아서 보호자는 사망하고 레이디는 다리 하나를 잃었다. 훈련사가 분석한 사정인 즉, 그러한 기억으로 인해 두려움에 의해 촉발되는 공격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레이디가 살았던 길에서의 삶은 상시적 '생존 모드', 즉 언제 어디서 누가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극도의 긴장상태였다는 것이다.
2. 개와 인간의 '필요'
이 시리즈에는 유독,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공격성, 안전 필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리얼리티 시리즈의 주인공인 훈련사 재스 레브렛은 그러한 필요를 정확히 읽어내고, 필요를 충족하여 변화를 이끌어내는 태도, 기술을 보여준다. 그가 어디서 어떻게 전문 훈련을 받았는지 이 시리즈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분명한 것은 훈련사로서의 그의 탁월한 역량은 상당 부분 자신의 삶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상시적인 '생존 모드' 상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생존 기술'이라고 부르는 '거리의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시절 '소울 메이트'와 같았던 반려견을 안락사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생애 이력과 거리의 흑인 청소년으로서 체득한 생존 지식이 그를 반려동물 훈련사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안락사'되는 견종의 60%가 핏불 혈통의 개라고 한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보호견, 경비견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중대형견을 키우려고 하지만, 그러한 필요와 그에 따르는 삶의 지식 간의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훈련사가 맡고 있다.
3. '남자 어른'의 보살핌
이 시리즈의 원제는 "Canine Intervention"이다. K9과 발음이 같은 canine은 형용사 '개의'라는 뜻이다. 이 시리즈를 보고 나면, 훈련사 재스 레브렛의 문제 진단, 솔루션 프로그램이 개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그것을 주체로 삼는 중의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진단과 솔루션 프로그램은 '개에 대한' 그리고/혹은 '개에 의한' 것이며, 훈련사는 개와 사람에게 동시에 개입하여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개와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훈련사의 개입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남자 어른의 보살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그가 사람과 개를 보살피고 가르치는 독특한 방식은, 흑인 남성 청소년으로서 남자 어른의 결핍 속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대상이 동물이건 사람이건, 그의 훈련 방식의 핵심은 자신감, 자존감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에피소드 "헤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형들 없이 혼자 지내야 하는 여리고 섬세한 소년은 훈련사의 코칭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반려견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삶의 주도성을 발전시킨다. 훈련사가 소년을 가르치는 방식을 보면, 그는 상대가 누구라도 '빛'을 이끌어낼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인공과 주인공이 운영하는 훈련 센터 소속 훈련사들의 관계다. 장애, 인종 등 소수자성을 가진 소속 훈련사들은 주인공의 리더십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며 반려견 훈련사로서 '괜찮은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지점들이 이 시리즈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포인트다. 이 시리즈에서는 생존 모드에서 살아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으로서, 그가 필요로 했던 남자 어른의 보살핌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도달한 경이로운 지식과 기술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