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ODA(2021)와 장애 재현의 민주화

by 권수현

사실 이길보라 감독의 간략한 리뷰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영화 CODA(2021)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프랑스 원작 영화 벨리에 가족 La famille Bélier(2014)를 이미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와 미국의 복지 체계가 다르고, 제도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데 과연 이 영화가 미국의 상황을 잘 담아낼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영화 CODA(2021)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계기로 호들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점, 'CODA'라는 영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점 등도 마뜩지 않았다. 제목을 CODA로 정할 때 발생하는 재현 리스크, 즉 고정관념화/편견화 리스크를 넘어서서 청각장애인 및 CODA의 경험, 지식, 관점을 잘 녹여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길보라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그가 어떤 지점에서 이 영화에 공감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편,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좀 더 많은 청각장애인 및 CODA의 견해가 궁금했다. 그 경험이 단일하지 않고, 복잡하다는 점, 제도적, 문화적 조건에 따른 다양한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에 대한 견해도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영화 CODA(2021)에 대해 부정적,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청각장애인의 글을 본 후, 더 많은 사람의 구체적인 반응이 궁금해졌다. 아직 국내에는 이 영화에 대한 청각장애인 및 CODA의 다양한 감상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장애 전문 리포터 Amanda Morris가 New York Times에 쓴 글이 있어 찾아보았다. 장애 관련 미디어 비평가, 작가, 청각장애인, CODA 등을 인터뷰하여 쓴 글이고,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청각장애인의 관점과 목소리가 반영된 글이라서 미국 사회의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New York Times 기사 제목 “Representation or Stereotype? Deaf Viewers Are Torn Over ‘CODA’”, https://www.nytimes.com/2022/03/30/movies/deaf-viewers-coda.html)


기사에 담긴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 영화가 청각장애인과 CODA의 삶을 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대단히 잘못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실망스럽고 불쾌하지만, 청각장애인과 CODA의 삶을 가시화하고 보여주고 있기에, 무엇보다 청각장애인 배우가 중요한 성취를 이룬 영화이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청인의 관점 hearing gaze’으로 지적된 영화 내용을 일별해 보면, 미국 장애인법이 통과된 1990년대 이후 전문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가족이 ‘외부 청인 세계’와의 의사소통에서 전적으로 CODA인 딸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점, 청각장애인이 청인과 휴대폰 앱, 입술 판독, 필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현실이 누락된 점, 많은 청각장애인이 유능하고 독립적으로 살고 있는데, 청각장애인 부모를 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그려진 점 등이다.


프랑스 원작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미국판 리메이크 CODA(2021)의 일부 장면을 두고 이 기사에서 인용된 몇 분의 견해에는 동의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몇몇 인터뷰 참여자가 ‘청각장애인 혹은 CODA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저러한 장면은 그들의 삶의 경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런데 나는 기사에서 언급된 특정 장면에 대해서 청각장애인 혹은 CODA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에서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인터뷰 참여자가 여지를 두지 않고 견해를 주장하는 방식이다.


사실 사람마다 이야기의 필요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존재의 ‘가시화’를 통해 안도감을 얻지만, 어떤 사람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때로는 충족감과 울분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그 모든 격렬한 다양한 반응들은, 그 안에 담긴 다양한 내용이 아니라 그 감정의 정도가 우리에게 필요한 재현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청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인터뷰에서 한 청각장애인 작가 지망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재현의 민주화는 곧 장애가 타자성의 표식이 되지 않는 삶과 연결되어 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청각장애인 및 CODA의 재현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CODA와 청각장애인의 이야기가 나오고 들리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액세서리 회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