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뿌리를 둔 농담들

by 권수현

1. '경상도 유머 시리즈'


20대에 경상도 지역 언어를 배경으로 하는 유머 시리즈가 유행했다. 부산 출신의 동료가 그 유머 시리즈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 유머 시리즈가 '경상도 사투리와 그 지역 출신 사람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동료의 얼굴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 유형의 '유머 시리즈'는 서울과 비-서울의 위계, 서울 중심적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경상도 지역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표현이, 소위 '표준말'이라고 하는 서울-경기도권 지역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웃기는' 말, 즉 '비정상적'인 표현이 된다. 그 '유머 시리즈'를 발화하고, 웃으면서 듣고, 유포하는 행위, 그것은 경상도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편견/고정관념도 함께 실어 나르는 행위다.


2. 지역 언어 흉내내기, 외국인의 말투 흉내내기


SNS에서 특정한 순간에 갑자기 지역 언어를 흉내 내어 글을 쓰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사람들이 언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았더니, 주로 장난스러운 제스처로, 특히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낮추거나 표현하고자 할 때다. 내가 자주 보았던 표현은 주로 충청도와 북한 지역 언어다. 내가 충청도 지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유독 충청도 지역 언어 흉내내기에 민감해서, 더 많이 보인 것일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국제 교류를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인터뷰해보면, 이들에게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모국어식 발음을 하게 된다. 그것을 두고 동료들이 장난스럽게 흉내낼 때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지만, 그들과 친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포함되고 싶기 때문에 차마 얼굴 표정으로도 잘 드러내지 못한다고 한 분이 있었다. 외국인 동료가 그 장면에서 불쾌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이방인만이 느끼는 차별의 감각이다. 외국인 친구의 한국어를 흉내낼 때, 우리는 그렇게 인종주의자가 된다.


국제 교류를 위해 해외에 간 분의 경우, 그 나라 말을 배워서 서툴게 말했을 때, 어린 학생들이나 동료들이 자신의 말을 흉내 내는 일을 겪곤 한다. '봉사'라는 시혜적 목적이 아니라 '더불어' 나눔과 공존의 취지로 자신의 활동을 의미화하는 분들의 경우,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들로 인해 남다른 좌절감을 느끼는 이도 있다.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분들이 흔히 겪는 타자화 경험 중 하나다. 이런 일을 겪게 되리라고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그렇게 인종차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 모두 배경은 다르더라도 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고, 특정 인간을 비하하고 불쾌감/모욕감을 주는 행위다. 타자가 되었던 경험, 우리 모두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중심적 시선이 어떤 상황에서는 지역과 언어 차별에 뿌리를 둔, 그 차별을 견고히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고, 그래야 그런 행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 구조화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별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 차별에서 비롯된 농담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실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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