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몇 가지 생각들

by 권수현

1. 개와 인간 관련 다큐를 보다가 생긴 일


개와 인간 관련 다큐를 찾아서 보고 있다.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코로나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핑계가 있지 아니한가. 누워서 다큐를 보다가, 화면이 어두워지는 장면에서 갑자기 휴대폰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내 얼굴이 순간 개의 얼굴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전생 어디쯤, 나는 개였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영혼에 전생의 기억이 남는다면, 환생 순환 고리에서 계속 인간으로만 태어나는 것보다는 비인간 동물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모름.


2. 개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제도


늑대와 유전자가 99.8% 일치한다는 개는 인간과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 이종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개는 인간의 반응을 관찰하고 반응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늑대와 달리 유전적으로 이러한 기질을 타고난 개는, '번식'을 통해 인간에 의해 그러한 존재로 만들어졌다. 인간이 인간 친화적 동물로 개를 만들어냈으니, 책임져야 한다. 생활 공동체로서 개와 인간의 오랜 공존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는 개에 대한 지식, 개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적절한 정책과 제도 등이 마련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게 한다. 도시와 시골에 따라 세금이 다르고, 맹견의 경우 10배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개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제도와 문화가 마련되어 있기에 '개 물림' 사고는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며, 문제를 일으킨 개를 재사회화하기 위한 제도 역시 마련되어 있다. 한국에서 개 물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개에 대한 인간의 무지, 법과 제도, 문화적 환경의 부재/결핍 때문이다. 그동안 몰랐던 것 중 하나는, 개의 종류에 따라 별다른 공격성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개가 처한 환경, 인간에 의한 개의 사회화 방식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개 물림 사고, 그것은 결국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3. 무지에 의한 죄, 개와 인간의 사회화


개와 인간 관련 콘텐츠를 보면서, 개에 대한 인간의 무지가 만들어내는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 개와 인간이 공존하려면 개의 사회화와 인간의 사회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문제 개'를 만들어내는 '문제 인간'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개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개를 사회화시키는 canine intervention 관련 다큐를 보다가, 개에 관한 다양한 다양한 국내외 다큐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접근 가능한 콘텐츠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넷플릭스의 <우리 개를 도와줘>와 KBS의 <개는 훌륭하다>가 가장 많이 알려진 콘텐츠다. 전자를 보면, 인종차별과 총기 소지 허용 등으로 인해 위험과 재난이 일상화된 미국의 맥락에서 인간의 '필요'가 무엇인지 이해된다. 그리고 개를 어떻게 사회화시켜야 하는지 명료하고 분명하게 알려준다. 반면, 후자의 경우, 개의 사회화가 예능 포맷에서 다뤄진 점이 아쉽다. 나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해서 개 사회화 지식이 명료하게 학습되는 것은 아니었다.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쇼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개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인구가 이렇게 많은데, 인간이 그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법과 제도, 문화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치인은 반려 동물 사랑한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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