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이슈를 통해 본 캐나다 민주주의

<가면-감춰진 진실 >(2017)

by 권수현

다큐멘터리, <가면-감춰진 진실 IN THE NAME OF CONFUCIUS>(2017)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공산당 장기 집권을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2004년 이후 전 세계에 세운 어학원이다. '공자'라는 학원 명칭은, 이러한 목적을 은폐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가면이다.

중국계 캐나다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캐나다 토론토 교육청 산하 교육위원회에 공자학원 내 인권 탄압 이슈가 제기되고, 관련 청문회가 열리면서 위원회에서 공자학원이 캐나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추적한다.


공자학원은 캐나다에서만 보더라도 아동에서 성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재정 지원으로 교육계 전반에 침투한 상황이다. 즉, 이미 공자학원이 세워진 기관은 재정적으로 공자학원, 즉 중국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자학원의 실체가 드러나고, 인정되고, 교육적 결론을 내기까지 지역 사회에서는 엄청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다.


공자학원의 실체, 즉 공자학원의 존재가 캐나다에서 교육 영역을 넘어 “학문의 진실성을 유린하고, 외세의 영향을 받으며, 인권 규정을 위반할 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기까지, 토론토 지역 사회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공자학원 이슈를 둘러싼 토론토 지역 사회의 ‘갈등’은 크게 두 세력의 대립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념을 지지하는 중국인과 중국계 이민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이념에 반대하는 중국계 이민자,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은 역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중국계 캐나다인 감독은 ‘공자학원’ 이슈를 더 큰 맥락, 즉 민주주의 논쟁 속에 배치하여 다룸으로써, 자칫 중국인 혐오로 흘러갈 수 있는 이슈를 보편적 인권 및 민주주의 정치의 문제로 가져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토론토 교육위원회에서 공자학원의 존립 여부를 두고 투표하는 날, 몇몇 위원들의 발언 장면이다. 이날 토론토 교육위원회에서는 압도적 표차로 공자학원 협약 중지가 결정되었고, 다음은 투표 전후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발언 및 학부모 인터뷰 내용이다.


"의장님, 제 결론은 공자학원은 마땅히 중지되고 영원히 끝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여기에는 이런 괴물이 필요 없으니까요." - 토론토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투표 전 발언 중에서 발췌

"저는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유를 소중히 여깁니다. 양심의 자유, 신념의 자유, 우리 캐나다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런 가치들을 전체주의 체제와 독재 정권인 중국 공산당 정부에서는 반대합니다. 여러분께 촉구합니다. 오늘 저녁 공자학원과의 협약을 중지하기 위해 투표하십시오!" - 토론토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투표 전 발언 중에서 발췌

"의장님 제가 몇 마디 해도 될까요? 저는 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마침내 오늘 밤 집에 가서 편히 잘 수 있겠습니다." - 토론토 교육위원회 위원의 투표 후 발언 중에서

"절대다수가 이 공자학원을 없애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이것은 정의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심정이 어떻습니까?) 다른 학부모들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겠습니다." - 투표 후 토론토 교육위원회 학부모 인터뷰 중에서


이 장면에서 캐나다 시민 사회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굳은 신념과 이를 지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와닿았다. 그러한 신념을 시민 사회의 ‘상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가 참으로 부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 중국 정부가 엄청난 자금력으로 전 세계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펼치고 있는 장단기적 전략에 대부분의 나라가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점이 두려웠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중국은 국민의 교육, 의료 등 사회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다. 자국의 모든 국민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채, 오로지 체제 유지에만 몰두하는 정부는 잘못된 정부다. ‘공자학원’의 실체를 밝혀내고,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어냄으로써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낸 캐나다 사례를 보고 나서,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시민 사회의 강력한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갈 길이 먼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러한 ‘좋은 사회’의 사례는 중요한 나침반과 같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공자학원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영화는 지금 이곳에서 공자학원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개입해야 하는지 질문을 갖게 한다. 중국 혐오의 관점이 아니라, 민주주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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