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읽고 미국의 학교에서 총기 학살에 대한 대비 훈련으로 실시되는 이른바 '봉쇄 훈련 lockdown drill'에 관해 알게 됐다. 찾아보니 봉쇄 훈련이란 말 그대로 안전을 위해 문을 잠그고 숨 죽이고 가만히 있는 훈련이다. 오늘 트위터에서 'lockdown drill'과 관련하여 올라온 미국인들의 경험담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몹시 충격적이었다. 내용인 즉,
이 봉쇄 훈련에서는 'let me in' , 즉 밖에서 누가 문을 열어 달라고 두드리거나 애원해도 열어줘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 프로토콜 자체도 믿기지 않았는데, 이것을 주입하기 위해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들이 훈련의 명목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봉쇄 훈련 시 훈련을 주도하는 이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잠긴 문을 억지로 열려고 시도했는데, 그때 문에서 났던 덜컥 덜컥 소리가 너무 무서웠고 잊히지 않는다는 이야기,
자기 아들이 복도에 있을 때 봉쇄 훈련이 시작되는 바람에,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locked out 되었는데, 아들이 그 후로 지금까지 교실 밖에서 비명을 지르며 열어 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
자기 아들의 친구는 화장실에 간 사이 갑자기 봉쇄 훈련이 실시되어 교실에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걸 본 아들이 그 충격으로 학교에서 화장실에 못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화장실에 가려고 교실 밖으로 나간 동료 학생이 잠긴 문을 열어 달라고 하여 안에 있던 학생이 교사에게 열어주라고 간청하여 문을 열었더니 검은 옷차림의 교장이 나타나 '빵' 총 쏘는 흉내는 내며 '너는 죽었다'라고 했다는 이야기,
일부러 한 학생의 남자 형제를 잠긴 교실 밖에 놓아두고 그 학생이 어떻게 하나 테스트했다는 이야기...
도대체 어른들이 학교에서 아동, 청소년에게 할 짓인가 싶다. 미국의 아동, 청소년은 이미 전쟁터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며 등교하고, 총기 학살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하지 말라고 배우고, 총기 학살 대응 훈련이라는 이름의 재난을 겪어야 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감당해야 한다.
유명한 미드 <워킹 데드> 등 미국의 좀비 장르 콘텐츠를 보면, 총기협회의 로비와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생존을 위해 총기가 절대적인 무기이자 방어 도구로 설정되는 점도 그렇고, 생존을 위해 친구나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이 정당화되는 점도 그랬다.
오늘 미국의 학교에서 실시되는 봉쇄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단지 픽션이 아니라, 총기 소유가 헌법으로 보장되는 나라, 미국적 사고의 전형이구나 싶었다.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봉쇄 훈련'의 문제점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지는 분위기인 듯하다. 언뜻 분위기가 미국 사회 내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이슈가 된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미국 역사에서 총기에 대해 한번 각인된 미국인의 국민적 신념은 너무나 뿌리 깊고 단단한 듯하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뿌리 깊은 신념, 진정 미국의 원죄다.
* 참고 자료 - 트위터 링크 밑에 달린 답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