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by 권수현

얼마 전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인간 보호자와 함께 살아가는 개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예능'의 형식으로 만들어질 때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반려 동물과 그 보호자를 위한 교육적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제시했다. 이 글은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의 사회적 해악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식한 지금의 시점에서, 이 프로그램 '폐지'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쓴 글이다.


1. '동물 행동 교정'이라는 이름의 폭력 전시


이 프로그램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개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보여주는 메이크업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메이크업 구성은 교정적 개입(canine intervention)의 전후(before VS after)를 대비하는 형식을 말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의 '문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의 심리에는 우울, 슬픔, 불안, 분노, 짜증, 무력감 등 다양한 감정이 있고, 그런 감정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표출되는 양상에는 심하게 으르렁거리거나 짖는 행동, 다른 개나 사람을 무는 행동 등 공격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주로 위협적 혹은 공격적 행동을 하는 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주 짧은 시간에 극적인 교정의 효과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최근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는 개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여 훈련사가 강압적으로 개를 제압하는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와 훈련사가 처음 만나는 장소도 개에 대한 교정이 이뤄지는 장소도 '집안'이다. 동물행동학 전공 수의사인 설채현에 따르면 영역 방어 공격성을 가진 개는 집에 들어온 낯선 사람(훈련사)을 침입자(강도)로 인식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을 고조된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사(침입자)가 개를 물리적으로 제압할 경우, 그것은 개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시적 긴장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즉 문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최근 '맹견'으로 인식되는 '카르네코르소' 특집을 편성하는 등 사람과 다른 개를 해치는 악당 개와 해결사 구도를 만들어 시청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이 프로그램의 최근 에피소드에는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개와 훈련사의 '대결'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다. 이 장면의 목적지는 결국 훈련사가 초크 체인을 사용하거나 개를 패대기치는 등의 기선 제압을 통해 개의 기를 꺾는 것이다. 낯선 침입자인 훈련사와의 '대결' 장면에서 개들이 똥을 싸거나 피를 흘리거나 목이 눌리는 등의 하드코어적 폭력 장면이 많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과 방법이 개에게 '서열'을 가르쳐 교정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2. 공격적인 개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무지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자로 하여금 개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극도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장면을 연출하여 보여주면 시청자로서는 당연히 그 동물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 동물의 공격성 나아가 그 동물 자체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된다. 해당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살펴보면 독특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댓글의 내용을 순화해서 열거해 보자면, 감히 개 따위가 인간보다 서열이 높다고 여긴다면 자기 자리를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버릇 나쁜 개는 딱 한번 제대로 두들겨 패면 고쳐진다, 개장수를 부르면 바로 꼬리 내린다, 저런 개는 예전에 시골에서 했던 것처럼 막 다뤄야 된다, 개를 힘으로 제압할 수 없으면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에게는 개를 폭력으로 '다스린' 강형욱 훈련사를 찬양하는 마음과 공격적 행동을 하는 개를 '개 패듯이 패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생겨난다.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효과이며, 제작진은 이와 같은 무지와 폭력적 반응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강화한다. 그 장면들은 공격적인 개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대체 왜 이 개가 공격성을 보이는지, 그 원인을 형성하는 개의 마음과 상황에 집중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은 간과한다. 설채현 수의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개를 제압하여 낮은 서열을 각인시켜 기를 죽이는 방식을 공격성 문제를 해결하는 '신속하고,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열'을 정하는 방식만이 개와 인간 보호자가 관계를 맺는 유일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었다.


그런데 개에 관한 해외 다큐를 보면, 개와 인간이 신뢰와 사랑, '좋은 기억'에 기반하여 함께 사회화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그러한 관계 형성이 가능한 이유는 개에 대한 인간 보호자의 지식과 훈련, 책임의식, 개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국의 전원 마을에서 공격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느긋한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한 카르네코르소를 보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카르네코르소는 공격적 본능을 가진 맹견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편견과 무지는 상당 부분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습득된 것이었다.


3. '개 패듯 패고 싶다'는 생각과 마음이 인간 사회에 끼치는 해악


개는 때려서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개 패듯 패고 싶다'는 마음, 개는 어차피 인간보다 동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먹고,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은가?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가 인간 사회에 일으키는 해악은 그런 생각과 마음이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규범이자 습관으로 굳어져 개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간의 관계에서도 동시에 나타난다. '개 취급'이라는 말, '북어와 여자는 3일 만에 한 번씩 패야한다'는 말이 그 증거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세금으로 이런 몹쓸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KBS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 참고 자료 : 제압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설명한 설채현 수의사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kkuA-Odlv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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