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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 Merak Dec 05. 2019

지미씨불놈의 춘화야!

일상이 행복해 지는 인사 ‘안녕하세요~’



저는 ‘지미씨불놈’입니다.     


전라도의 외진 섬에서 나고 자라신 ‘덕금엄니’께서 입버릇처럼 그리 부르셨지요. 아니 생각해 보니 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종종 쓰는 ‘지미씨불놈’이었네요.     


그래서인지 갓난아기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닌 묘경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잘 쓰고 특히 홍어도 허벌나게 좋아해 부럿네요잉~ ^^     




딸아이가 네다섯 살 때인가 봅니다. 할머니 고향친구인 춘화할머니 집에 놀러 갔었지요. 


춘화할머니는 낮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기까지는 덕금할머니와 묘경이 둘만 있어야 했구요. 그래인지.. 춘화 할머니는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아가 묘경아이~ 이모할머니가 집에 올 때 아가 좋아하는 햄버거 사올 테니께 쪼까만 기다리고 있어야~ 잉~”     


아빠를 닮아 그런가. 햄버거를 좋아하던 묘경이는 신이 납니다. 그런데 춘화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글쎄.. 햄버거를 안 사온 것입니다.     


“아따 아가 할머니가 정신이 없어가꼬 햄버거를 못사왔네야~ 우째야 쓰까이~ 내일 사오면 안되것냐~ 잉~”     


그렁그렁 눈물 맺히기 시작한 묘경이가 결국 승질!승질!을 피웁니다.     


“지미씨불놈의 춘화야! 지미씨불놈의 춘화야! 햄버거를!! 지미씨불놈의 춘화야!”     




하루종일 춘화할머니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햄버거를 기다렸을 묘경인데 이런 날벼락이 또 어디 있을까요. 하긴 저 같아도 ‘지미씨불놈’ 소리가 나왔을 것 같아요. ^^     


‘약속’도 ‘인사’입니다. 또한 지켜지지 못한 ‘약속’과 ‘인사’는 마음에 생채기와도 같은 상처를 남기지요. 하루 온종일을 햄버거만 기다렸을 어린 녀석의 마음, 그대들도 어린시절 그 마음들이 기억날까요?     


어렴풋이라도 기억 해 낸다면 퇴근길 아이를 위한 햄버거 하나 정도는 사가지고 갑시다. 어른이를 위한 햄버거도 좋구요.     


묘경이 녀석, 아직 이유식 먹을 때인데.. 우리가 피자 먹다가 한 눈 판 사이에.. 언제 피자를 입에 물었는지 ㅎㅎ ㅎㅎ 여전히 그립네요 그 새깽이 묘경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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