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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Jul 14. 2022

E. 행복강박증

행복해 보이기 위한 불행한 방법

현대인들은 행복에 대한 강박이 있어 보인다. 존재하지도 않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끝없이 갈구한다. 행복이란 말은 불행에 반대되는 말이기 때문에, 행복은 불행을 전제로 한다.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해 지기를 원한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그런 상태에서는 굳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대로 살만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얻으려는 것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지개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행복하지 않으면 어떤가? 꼭 행복해야만 하는가? 행복한 상태가 끝나면 불행한 것인가?


그래도 이렇게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존재한다고 믿고 인내하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에게 만족할만한 성취를 이루기도 한다. 행복은 신기루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이 쌓아온 탑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진짜 행복해지려는 노력보다 행복해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SNS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는 보여주기 위한 행복을 포장한다. 몇십 초의 짧은 동영상이나 몇 장의 사진 속에서 남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이국적인 장소를 보여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사랑하는 연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복이 마치 일상적인 삶의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짓 웃음과 가식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너무 행복하다는 표정속엔 자신의 불행을 감추려는 애잔한 노력이 보인다. 그들이 행복해보이기 위해 했던 수많은 귀찮음과 노력은 사라지고 순간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열등감과 자괴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에 대해 자존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려고 불행한 방식을 택한다. 불행한 방법을 통해 행복해 보일 수는 있어도 행복해지는 법은 없다. 가식과 위선이라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만해서 얻는 우월감과 자존심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거짓된 방법으로 추구해 온 우월감을 느끼는 순간 외에는 자신에 대한 불신과 자괴감이 애써 만들어놓은 자존심을 짓밟는다. 이렇게 행복이 아니라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불행해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선 이렇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가식과 위선의 세계를 진실로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별 어려움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이러한 거짓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는다. 일상은 현실이다. 삶에는 희노애락이 존재한다. 사람의 삶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처럼 행복하기만 한 삶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나오는 삶이 순간의 기록일 수는 있어도 일상의 기록일 수는 없고 순간적인 행복감과 일상적인 행복은 다르다. 하지만 이런 가짜 행복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가짜 행복은 진실로 바뀌고,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게 하며, 결국 자괴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들 또한 기회가 된다면 그것이 비록 가짜일지라도 행복한 척하는 세계에 빠져버릴 수 있다.


이렇게 존재하기 힘든 행복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생기고 행복 그 자체보다는 행복해 보이는 가짜 행복이라도 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행복하지 않으면 어떤가? 자극적인 행복보다는 흘러가는 일상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는 순간적인 행복에 메달려 불행한 방식을 택하는 삶이 온전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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