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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정 May 24. 2016

진득한 열대의 기운, 방끄라짜오

방콕의 마지막 남은 정글에서 자전거 타기 




방콕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첫째 날 일정부터 뙤양볕 아래 자전거 타기라니. 


방끄라짜오(Bang Krachao)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장소였다. 방콕의 마지막 정글이라는 둥,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트리하우스를 만나볼 수 있다는 둥, 한적하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제격인 곳이라는 둥. 여러모로 내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았다. 치앙마이로 가지 못한 아쉬움을 방끄라짜오에서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5월의 태국이 이토록 더웠던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몸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절대 제 발로 가지 않는 곳이 사우나와 찜질방인 내가 과연 화를 내지 않고 무사히 이 여행을 끝낼 수 있을까. 함께한 남자친구 역시 몇 걸음도 채 걷기 전에 이미 짜증지수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입은 듯 벗은 듯 가볍게 찰랑거리는 8부 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 바지가 우리의 평화를 지켜줄 것이다. 잠옷 같다며 밖에선 입지 말라던 핀잔을 무시하길 잘했다. 





BTS 방나 역에서 내려 택시를 갈아타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기사 아저씨와 어찌어찌 의사소통을 한 끝에 방끄라짜오로 가는 선착장을 '방나노억(넉)' 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확신은 없다. 엄청난 오토바이 무리와 함께 배를 타고 5분 정도 강을 건넜다. 태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도 의외로 많다. 우르르 사람들 틈에 섞여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선착장에서 멀어질 수록 가격이 조금 더 싼 듯하다. 여권 말고는 신분증이 없어 걱정했는데 웬걸, 돈만 받고 그냥 빌려준다. 지도도 한 장 나눠주었는데 보지 않고 우선 큰 도로를 따라 달렸다. 자전거를 잘 타는 남자친구가 앞장 서고, 직진 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불안불안하게 그 뒤를 쫓았다. 


도로 왼편으로 작은 샛길이 보이길래 쏙 들어가보니 자전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넓이의  좁은 길이 나타났다.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뻗어 있는 야자수와 이름 모를 수많은 열대 식물들, 꽃이 황홀할 지경이다. 하나하나 다 눈에 담고 싶지만 길이 너무 좁은데다 운전대를 조금만 잘못 비틀었다가는 도로 아래 늪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펜스라도 있는 길은 그나마 다행이다. 펜스도 없이 90도로 꺾이는 골목을 만날 때마다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와중에 이렇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겁에 질린 내가 하도 멈춰선 덕분이다. 











감탄할 수 밖에 없었떤 식물 터널. 마주보고 있던 식물의 잎들이 손을 맞잡고서 하늘을 새카맣게 가리고 있었다. 습관처럼 자연을 치유 받기 위한 장소처럼 묘사하지만 글쎄. 정말로 그렇기만 한 것일까. 

거대한 나무와 뿌리, 이파리가 내뿜는 원시적인 기운이 나는 가끔 두렵다. 







자연친화적인 운영방식으로 유명한 트리하우스. 숙소와 레스토랑이 함께 있다.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타는 동안 완전히 탈진한 바람에 잠자코 땡모반을 마시며 열을 식혔다. 사실 선착장과 트리하우스는 매우 가까운 거리다. 

다만, 우리처럼 지도를 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다니다가는 트리하우스는 커녕 길바닥에 자전거를 내팽겨치고 가버리는 수가 있다.






방콕의 번듯한 쇼핑몰이 지루하다면 방끄라짜오는 한번쯤 와 볼 만하다. 한국의 숲에서는 경험하지 못 할 진득한 열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방끄라짜오 가는 법 

BTS 방나 역 하차. 택시기사에게 방끄라짜오를 반복해서 말하니 '방나노억?'이라고 되물으며 선착장에 데려다 주었다. 선착장에서 다시 방나 역으로 돌아갈 때는 썽태우(붉은색 트럭으로 행선지를 말하고 타면 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열기와 매연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를 탔는데 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다시 택시를 타야 했다. 괜한 시도는 안하는 것으로. 


배삯(편도) 40B

자전거 대여 60B (자전거샵마다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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