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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정 Sep 07. 2016

안으로 스며들기

제주 따라비 오름



표선면에 있는 제육볶음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마을을 둘려보려는데 따라비 오름이 바로 근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오름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두지는 않았는데 마침 잘되었다. 마을 초입에 세워둔 관광 안내판의 글귀가 제법 거창하다. 오름의 여왕이라니. 

과한 수식어가 오히려 매력을 반감시켰다. 손사래를 치며 어어, 하고 뒷걸음치게 만든달까. 그런 감상이야 어찌되었든 나와 친구는 그 자리에서 바로따라비 오름을 가기로 결정했다. 


바람이 엄청나다. 풀어둔 머리카락이 양 옆에서 얼굴을 감싸는 바람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소나기가 내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오름으로 걸어들어갔다. 산은 오르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쩐지 제주의 오름은 안으로 스며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풀 사이로, 안개 속으로, 어질게 굽은 능선 아래로, 매몰찬 산바람을 통과하여 

안으로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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