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내뱉은 엉터리 중국어가 통하다니!

11살, 나 홀로 중국 유학기 (10)

by 스토푼

나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중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내뱉은 문장이 무엇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이란 '니하오’, ‘씨에씨에’와 같은 일상회화를 배제하고,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었던 문장을 의미한다.


중국 학교에 다닌 지 1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다.

중국에서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막론하고

매주 월요일 전교생이 운동장에 집합해 '아침 점호'를 실시한다.

순서는 국기 게양, 국가 제창, 그리고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정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아침 점호는 단순 행사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빨카(학생부 주임)’교사들이 전교생을 한 곳에 모아 두고

두발과 용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아침 점호가 있기 전 주말 동안에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곤 했다.

물론 월요일 아침 점호 때 운 좋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 주는 안심할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 걸리기라도 하면

엄청난 페널티가 주어졌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한 머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역시 아침 점호가 있는 월요일이었다.

나와 종건 그리고 태훈이는 모두 두발상태가 양호했고, 교복이 더럽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태훈이가 학생증을 집에 두고 왔던 것이다.

우리의 두발과 용모 상태는 단정했지만,

학생증을 패용하지 않은 상태로 아침 점호에 나갔다가는 분명 빨카 선생님에게 혼이 날게 뻔했다.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종건이에게 몇 가지 단어를 물어보았다.


'종건아, 학생증이 중국어로 뭐지?'

'씨아오카'

'없다는 뭐라고 ?'

'메이요우'

'오케이, 땡큐.'


나는 용기를 내어 담임선생님에게 갔다.

그리고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타씨아오카메이요우'

담임선생님은 지금껏 내가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 놀란 듯했으나,

태훈이를 아침 점호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을 수 있게 해 주셨다.


나는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는 뿌듯함과,

비록 종건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중국어 문장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에 우쭐해졌다.

종건이와 태훈이는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얘기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종건이는 웃음보가 터졌다.


'타씨아오카메이요우가 아니라 타메이요우씨아오카라고 이야기해야 맞아.'


중국어의 어순이 우리나라 어순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하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나.

비록 엉터리 중국어였지만 나와 담임선생님 사이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나는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했고, 담임선생님도 내 의사를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해주셨으니.


이날 나는 엉터리 중국어를 내뱉었다는 사실에 창피
함을 느끼기는커녕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여

어떤 문장이든 일단 질러나 보자라는 과감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맛에 외국어 하는구나!


처음 내뱉은 엉터리 중국어 그 한마디가 내 학구열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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