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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y 26. 2020

새벽을 깨우는 일과

필승! 신입사원입니다.

시침이 5시를 채 가리키기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버렸다.

너무 일찍 온 건가 싶기도 했지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어제 선배가 하던 일을 흉내 내 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결국 선배가 올 때까지 공연히 시간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6시가 되기 조금 전에 선배가 출근을 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일찍 와봤자 큰 도움도 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멀뚱멀뚱 있는 게 참 불편했는데 말이다.


'몇 시에 왔어?'

'4시 40분 정도에 온 거 같습니다.'

'너무 일찍 오는 거 같은데, 5시 조금 넘어서 와도 돼.'


그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두드리는 키보드만 봤을 때는

흡사 프로게이머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랑 불과 6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6개월이란 시간의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는 건지,

아니면 그가 그냥 뛰어난 사람인 건지

어쩌면 둘 다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20분 정도 지났을까.

또 다른 선배가 출근했다.

그의 모자에는 다이아가 두 개나 박혀있었다.


'어, 너구나. 나는 OOO중위야.'


정말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는

'이제 내가 잡을게.'

하고 둘이 자리를 바꿨다.


분명 완성도가 있는 보고서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선배가 키보드를 잡고 나니

수정되는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선배가 열심히 작업을 하는 동안

선배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새벽마다 하는 일은 다음과 같았다.

새벽에 나오는 다 출처의 보고서들을 모두 종합하고 요약해서

우리 부대만의 형식과 포맷으로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읽고 요약해야 하는 보고서가 많아서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그보다 양이 많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 건지 읽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만약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을 넣었다가는 

다시 지우고 또 넣고 하는 작업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지우고 또 넣는 작업은 나보다 선배가 하기 때문에

속된 표현으로는

내가 싼 똥을 선배가 치우는 격이라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었다.

글씨 크기, 줄 간격 등 서식뿐만 아니라

지도 마킹과 사진 등 참고자료까지 

무엇 하나 소홀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가장 막내인 내 손에서 시작하게 된다.

즉, 내가 잘못하면 모든 내용이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가족오락관의 '이구동성'게임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내가 작성한 날 것의 초안을 

6시에 출근하는 선배가 1차적으로 작성하고

6시 20분에 출근하는 선배가 최종적으로 수정하면서

부서장에게 최종 검토를 받게 된다.


정확히 무슨 내용을 작성하는지는 글에 적을 수 없지만

조금의 과장을 보탠다면 

CIA와 같은 정보기관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출처 : 영화 마션(20세기 폭스)


부서장의 검토를 모두 마친 보고자료를 업로드하고

부서장이 브리핑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대략 '08:20'이었다.

불과 3분짜리 보고를 위해서

3시간을 넘는 사투를 벌인다니.


그 과정에서 조금의 실수나 오타가 나오면

3시간의 사투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그래서 더 꼼꼼해야 한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3시간의 사투를 벌인 후 기진맥진 상태로 사무실 밖에 나갔다.

그제야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모두 나보다 상급자였기에 열심히 '필승' 경례를 날리는데

누군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사무실로 향해 가다가

다시 내쪽으로 걸어오더니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너구나? 반갑다. 이따 보자' 하고 악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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