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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y 23. 2020

첫 출근 아침, 그날의 기억

필승! 신입사원입니다.

내일부터 첫 출근을 한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려면 얼른 잠들어야 하는데.'

'알람 소리를 못 들으면 어떡하지?'


밤새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위-잉'

귀에서 맴돈 모기 소리에 

소스라치듯 놀라며 잠에서 깼다.


'알람이 왜 안 울리지? 혹시 늦은 거 아니겠지?'


비몽사몽 상태로 손을 뻗어 휴대폰 시간을 확인했다.

02:53 밖에 되지 않았다.


새벽에 깨어 짜증이 나기보다는

두 시간은 더 자도 되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약 두 시간 동안

'시간이 됐나?'하고 휴대폰을 한 번 보고,

'아직도 안됐나?'하고 또 휴대폰을 확인하고,

이 불필요한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자면서

'알람'이 울리기만을 기다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첫 출근

그것도 군대에서의 첫 시작이 나에게 주었던 감정은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에 더 가까웠다.


"04:28"


'후-'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태로 자고 깨기를 반복하느니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 놓고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다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들어 찬 물 그대로 머리에 뿌리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양치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동시에 해야만 했다. 

이는 훈련단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지혜였다.


눈을 감고 뭔가에 홀린 듯 칫솔질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딴따따딴딴~ 딴따따다다~'

경쾌한 모닝콜이 울렸다.


'아, 꺼둘 걸 그랬네.'

마치 내 일이 아닌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대다가

'헐!' 하고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방에 들어가 알람을 껐다.


하마터면 룸메이트를 깨울 뻔했다.


나야 새벽에 출근한다지만 

룸메이트는 정시출근을 하는데

3시간이나 일찍 깨울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샤워기 소리에 이미 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딴에는 최대한 배려한다고

드라이기를 안 쓰고, 수건으로만 머리를 말리고 있다.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까까머리로 잘라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게 군복을 입어 나갔다.

디지털 T를 입고 군번줄을 착용했다.

그 후 하의와 상의를 입고 벨트를 조였다.


목이 긴 양말을 신은 다음

상체를 숙여 고무링을 한 뒤에

전투화를 신고 나서야 출근 준비 끝이다.


아직 세상은 한밤중이었지만

나는 자전거 전조등의 빛을 빌려

새벽을 깨울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7분 정도를 달려서야 

비로소 시간 외 근무 태그를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오늘부로 전입하게 된 OOO소위입니다

제가 아직 공무원증이 안 나와서…'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나서야 수기식 대장을 쓸 수 있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사무실까지 페달을 밟았다.

분명 어제 왔던 곳이지만 조금도 익숙하지 않다.

아니, 이 곳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출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게 어색했다.

누가 봐도 어리바리한 신참 쏘가리였다.


그렇게 사무실을 찾아 들어가는 길에

조종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나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가

나에게 손짓으로 따봉을 날렸다.


까까머리로 자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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