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신입사원입니다.
3시간의 새벽 사투를 벌인 뒤
30초 정도 바깥바람을 쐬니 긴장감이 해소됨과 동시에
조금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1분도 채 안 되는 아주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조금 전 나와 악수를 한 선배 이외에도
초면인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한 명은 상병 계급을 달고 있는 병사였고,
또 한 명은 책상에 가려져 계급장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선배에게 듣기로 우리 부서에는 부사관은 없고
장교만 있다고 들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보다 선배장교인 줄 알았다.
무엇보다 체격이나 얼굴을 봤을 때 당연히 나보다 선배인 줄로만 알고
'필. 승!.' 경례를 했다.
그는 나를 보고는
'필. 승~' 하고 예를 갖춰주었다.
나는 그제야 그의 군복에 달려있는
하사 계급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급자에게 경례를 한 게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너무 큰 소리로 박력 있게 경례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정말 고마운 건 그 누구도 나를 보고 웃거나
티를 내지 않아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 상병 친구까지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제 갓 임관한 소위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악수를 했던 선배는 우리 부서의 넘버 투였다.
3년 만기 전역을 앞둔 상황이었고,
이제 막 부대 배치를 받은 나와는 기수 차이가 상당히 났기에
내게 먼저 말을 걸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아니 그냥 그 선배는 내게 너무나도 어려운 존재였다.
말년 중위였던 그를 보며 대단하기도 부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우리 부서 선임장교(줄여서 선장이라고 한다.)라는 사실이
더 크게 와 닿았기에 무섭고 어려운 마음이 훨씬 컸다.
나에게 예를 갖춰준 부사관 역시 4년 만기 전역을 앞둔 사람이었다.
원래는 우리 부서 소속이 아니었지만
부대 개편에 따라서 갈 곳이 없어진 그를
우리 부서장이 데리고 왔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부서에서 특별히 맡은 업무가 있진 않고
업무를 서포트해주는 역할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전역을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대에 대한 마음이 많이 떠난 듯해 보였다.
솔직히 군대에서는 고작해야 3~4년이고
인생의 본 게임은 군대 밖 사회에서 시작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두 사람에게 무언가 물어보거나 선뜻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내가 그럴 수 있는 대상은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 친구뿐이다.
정말 고맙게도 그 친구는 첫날부터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원래 그런 역할을 하는 친구인 건지
아니면 나를 보고 측은지심이 들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싫은 내색 하나 없이 행정업무들이나
비품 위치, 체계 사용법 등 각종 잡다한 업무들을 알려줬다.
나 역시도 나보다 저계급자인 그 친구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마음이 편했다.
나보다 계급이 낮은 거지 군에서의 짬밥은
그 친구에 비할 바가 조금도 못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빨리 업무를 숙지하고 싶단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