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신입사원입니다.
보고서 초안을 잡기 위해 주말에 오긴 했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식적인 첫 출근인 셈인데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할 시간도 없었다.
새벽부터 아침 보고서 작성, 그리고 화상회의까지
한 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조금은 여유가 생긴 듯했다.
물론 나를 제외한 선배들의 이야기고,
나는 여전히 긴장 100% 상태였다.
'네가 특기학교 1등이라며?'
아까 보고서 작성 후 바통 터치를 했던 중위님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귀청이 떨어지게 대답했다.
'나랑 딱 1년 차이구나. 나는 오늘 중위 달았어.'
말투나 그의 행동거지에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1등 했으면 더 좋은 데 가지, 왜 수원 왔어?'
'더 좋은 곳, 이를테면 서울에 자리가 났다면 갔겠죠.'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수원에 나름 연고가 있어서 수원으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원이 상대적으로 힘든 곳이어서
선배들 기수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배속지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원으로 온 선배들이 특기학교에서 나름 상위권이긴 했어도
건방을 조금 섞자면 나처럼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10여 분 정도 취미는 뭐냐, 특기는 뭐냐 따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러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특별히 무얼 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내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멀뚱멀뚱 마우스 휠만 내리고,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었다.
특기학교에서 1등이었다는 자부심이 굉장했는데
이곳에서 나는 가마니일 뿐이다.
다들 할 일이 바빠 보이고, 각자 제 몫을 다하고 있는데
나만 덩그러니 놓여서 무얼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앉아 있었다.
저기 있는 병사들은 가위질, 풀칠, 세절과 같은 '일'을 하는데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게 힘들었다.
차라리 나한테 가위질, 풀칠, 세절이라도 맡겨줬으면 하는 게 내 진심이었다.
'그래. 오늘은 첫날이니깐.'
내일부턴, 아니 다음 주부턴 뭔가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남은 일과시간 동안 계속해서 가만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