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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an 11. 2024

<외계+인 2부>, 어설픈 비빔밥이
나름 맛은 난다

영화 <외계+인 2부> 리뷰


외계인은 그들 세계의 죄수를 인간의 몸속에 가둔다. 인간의 몸 자체가 감옥인 셈이다. 이들은 때때로 인간의 몸을 벗어나는 탈옥을 시도하는데, ‘가드’(김우빈 역)가 이들의 탈옥을 막고 관리한다. 죄수들은 자신들의 수장 ‘설계자’를 탈옥시킴과 동시에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 물질 ‘하바’를 폭발시키려고 한다. 이를 막는 도중에 가드와 죄수들, ‘이안’(김태리)이 과거 시대로 떨어진다. 다시 미래로 돌아가 하바의 폭발을 막으려면 신비로운 외계 물질 ‘신검’이 필요하다.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삼각산의 두 신선 등 여러 인물도 각자의 이해관계로 신검을 찾는다. 



ⓒ씨제이이앤엠


시놉시스를 요약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만큼 영화는 세계관 설정도 생소하고 복잡하며,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외계+인 1부>가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혹평을 들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계관 설정에서 과거와 미래까지 오가니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동훈 감독은 본인 필모그래피 사상 최초의 실패를 뼈아프게 받아들인 듯했다. 1부의 혹평 이후 30번의 재편집을 시도한 감독의 반성 덕분인지, 각본 전체의 중후반부를 다루는 2부의 구성 특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1부보다 괜찮은 모습으로 개봉했다.


‘외계+인’ 시리즈는 케이퍼 무비의 형태를 갖는다. 케이퍼 무비는 무언가를 훔치는 내용을 다루며 극의 긴장과 재미를 유발하는 장르다. 감독의 전작인 전작 <범죄의 재구성>과 <도둑들>이 그 예다. 최동훈 감독은 케이퍼 무비의 대가라 불린다. 오죽하면 제작사 이름도 ‘케이퍼 필름’일까. 



ⓒ씨제이이앤엠


영화 속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신검’과 얽혀 있다. 외계인 죄수 무리는 그들의 수장 ‘설계자’를 깨우기 위해, 이안은 미래로 돌아가 하바의 폭발을 막기 위해, 무륵은 자신 몸 속의 무언가를 깨우기 위해,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는 자신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신검을 찾는다. 


하나의 장치로 다양한 인물을 엮는 방법은 현명하다. 다만,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엮이다 보니 신검이 마치 만능 물질이라도 된 듯하다. 영화는 이처럼 흩뿌려 놓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 곳으로 응집시키기 위해 ‘편한’ 설정을 난무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연들을 포함해 베테랑 조연까지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영화가 각본 중심적인 만큼 인물의 매력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최동훈 감독이 좋은 대사와 매력적인 인물 설계가 장점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영화는 개연성을 내려놓고 이야기의 속도를 높였다. 너무 많은 설정을 모두 완벽하게 엮으려면 설명이 길어지니, 깊은 설명을 포기하고 영화적 재미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게 왜 이렇게 됐지?’라는 의문을 내려놓으면, 영화는 꽤 볼만하다.




Den매거진 웹진에 기고했습니다.

https://www.thede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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