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리뷰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며 고니시(이무생)이 이끄는 왜군은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고자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퇴로를 막아 섬멸하려 한다.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은 왜군에게 뇌물을 받고 퇴로를 열어주려 하고,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가 이끄는 ‘살마군’이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노량>이 조명하는 이순신은 <명량>, <한산>과 다르다. <명량>에서는 대장선이 홀로 왜군과 맞서는 용맹함을 보였다. <한산>에서는 학익진을 선보이며 전략가의 면모를 강조했다. <노량>에서는 압도적이고 처절한 전투 속에서 빛나는 이순신의 ‘독려’에 주목했다.
노량해전은 이순신의 ‘최대, 최후의 전투’라 불린다. 영화도 그 이름에 걸맞게 ‘최대’ 규모의 전투와 ‘최후’까지 벌이는 처절한 전투에 집중했다. 조선과 일본 모두 압도적인 해군 병사력으로 전면전을 펼친다. 전작들처럼 수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처절하게 싸우는 전면 전투가 대부분이다.
인상 깊은 장면은 롱 테이크로 촬영한 후반부 백병전이다. 영화 <1917>이나 <킹스맨>에서 사용한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으로 촬영했다. 전투를 벌이는 병사를 중심으로 초점을 옮기며 난전 상황을 묘사한다. 조선군만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군, 명나라군 병사까지 다양한 인물을 조명해 전투가 얼마나 처절한 난전 상황인지를 잘 묘사했다.
김윤석의 이순신은 처연하다.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은 가족을 잃은 상태다. 겉으로는 담담하나 내면이 무너진 이순신을 김윤석은 탁월히 소화한다. 개인적으로 이순신으로 분한 세 명의 배우 중 가장 취향에 맞았다. 관객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이순신의 마지막 장면도 훌륭히 연기했다. 백윤식은 담담한 카리스마로 빌런 역할을 수행한다. 동적인 움직임이 거의 없음에도 그 정도의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백윤식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진린은 생각보다 비중이 많다.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 정재영이 이를 훌륭히 연기했다. 주조연 가리지 않고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다만, 언어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일본어와 중국어 대사는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쾌함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역사에 기록된 대로 승리하는 전투이긴 하지만, 전작들처럼 ‘사이다’ 장면이 주를 이루진 않는다.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는 신파 장면도 나오는데, 관객이 영화의 감정선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간해전이 배경이라는 점도 약점 중 하나다. 전투 중엔 한국어라도 자막이 나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전투 내내 배경이 어두워 화면에 노이즈가 보이거나 상영관 컨디션에 따라 영화를 선명히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끝을 맺었다. 수작이라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주는 뜨거운 감동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