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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11. 2024

<데드맨>, 조진웅도 죽은 건 살릴 수 없다

영화 <데드맨> 리뷰



이만재(조진웅)는 사업 실패로 파산 위기에 몰린다. 돈을 구하고자 불법 장기 매매 현장을 찾아갔다가 장기 대신 이름을 팔고 ‘바지 사장’이 된다. 수명이 짧은 바지 사장 업계에서 실력을 선보이며 7년의 세월을 견디지만, 1천억 원의 횡령 사건의 누명을 쓰며 사망 처리된 후 중국 사설 감옥에 갇힌다. 10년여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김희애)가 이만재를 찾아온다. 그는 이만재에게 사설 감옥에서 풀어주는 대가로 횡령 사건 누명을 쓴 1천억 원의 행방을 찾는 일에 협조할 것을 제안을 한다. 한국에 돌아온 이만재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공희주(이수경)를 만난다. 자기 자신과 아버지, 각자의 누명을 벗고 복수하기 위해 둘은 협력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대체로 배우의 연기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배우의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영화를 보던 도중, 문득 조진웅의 연기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봐온 조진웅의 연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영화 속 모든 연기가 조진웅의 애드리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헐겁게 짜인 대본 위에 펼치는 즉흥연기 말이다.


조진웅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이만재’가 개성 없는 인물인 탓이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이만재의 캐릭터를 모르겠다. 불법 장기 매매 현장을 찾아간 건 배짱이 있어서인지, 책임감이 있어서인지, 배짱이 있다면 왜 이름만 판 건지, 어떤 성격이나 능력을 지녀서 장부를 잘 관리하는 건지, 복수의 과정에서 그런 성격이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 심지어는 이만재 본인이 복수를 한 건 맞는지도 의문이 든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희애는 안정적인 연기와 발성으로 영화를 이끈다. 다만 이 또한 김희애 배우 본연의 우아함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수경은 매력적이지만 캐릭터의 한계에 부딪힌다. 이만재의 장부를 가진 인물로서 영화의 핵심 관계자가 될 것처럼 등장하지만, 이마저도 몇 초 걸리지 않아 빼앗긴다. 장부를 잃은 후에는 영화 내내 끌려다니며 수동적인 인물로 전락한다. 의외로 ‘조필주’ 역의 박호산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박호산은 광기 어린 빌런을 연기하며 영화 <달콤한 인생> 속 황정민이 연기한 백사장을 연상케 한다.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이름’과 ‘바지 사장’, ‘정치자금’ 등을 연결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통령도 바지 사장이다”는 대사는 기억에 또렷이 남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소재의 연결이 자연스러웠다면 보다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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