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해마루공원 화장실 문은
당겨도 되고 밀어도 되는
왔다리 갔다리 문이다.
당기는 것보다 미는 게 편하지만
당기시오.라고 하니
말 잘듣는 나는 하는 수없이
당기고 들어간다.
당기는데 마침 누군가 나오고 있다.
당긴 문을 잡고 잠시 멈춰 선다.
그 멈춤이 먼저 나오시오.가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양보였고 배려였다.
당기시오가 아니라 미시오.였다면
문 앞에서 그와 잠시 미묘해졌을지도.
미는 건 몸이 편하고
당기는 건 마음이 편했다.
이제 나는 당기시오.같은 게 없어도
이미 당기려는 의도를 가진다.
끌어당겼을때의 의도치 않았던 의도.
미시오.라는 문이 있다.
내 의도를 실천하기 위해
말을 듣지 않고
당기시오로 반항한다.
왔다리 갔다리가 잘 되시도록.
왔다리 갔다리가 되는 문
10개 정도를 살펴봤다.
어떤 문은
밖에는 당기시오 안에는 미시오
어떤 문은
밖에는 미시오 안에는 당기시오
어떤 문은
밖에도 당기시오 안에도 당기시오
어떤 문은
밖에도 안에도 표시가 없었다.
나는 밖에서도 안에서도 당기는 게 좋다.
문구의 표현으로는
당겨볼까? 당겼으면. 당겨줘, 당겨보자.
끌어당김. 당겨요. 당길까요? 당기시옵소서.
내 앞으로. 내 품으로. 내 곁으로.
이런 표현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당기시오. 아니면 당기세요.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