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오락실 입구에 있던
두더지 게임.
이게 점점 사라지는 듯 싶더니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건재하더라.
여덟 마리의 두더지가 번갈아가며
대가리를 들고 나오면
망치로 구타하는 잔인한 게임 서비스업.
두더지는 왜 때려? 그만 때려?
라고 말하면서도
잘 때리면 더 때리게 해 준다.
맞은 놈이 때린 놈에게
잘했다며 보너스를 준다는 걸로 봐서
구타는 당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아니다.
오백 원이 입금되면
두더지는 일을 시작한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므로
얻어터져도 피해자가 아닌 근로자가 된다.
동전이 입금되면 맞는 게 일이다.
하지만, 정작 맞는 이는 따로 있다.
망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사람의 손에 쥐어져
휘두르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되는
편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두더지는 여덟 마리가 쉬어가며
교대근무를 하지만
망치는 혼자 주야장천 근무하니까.
제일 힘든 건 망치다. 그리고,
망치보다 두더지 대가리가
더 단단하다.
어쩌면 두더지들의 대가리로
망치를 집단 구타하는
게임 서비스일지도 모른다.
두더지 대가리는 멀쩡한데 망치는 상처가 있다 (유튜브 화면 캡쳐, poca_p0ca) 두더지는 지가 아프고 힘든 게 아니니
더 때리라며 부축이며,
더 많이 더 잘 때리고 싶게 해서 일을 늘린다.
그 감당은 망치가 한다.
그렇다고 두더지를 탓할 순 없다.
두더지가 없으면 일을 못한다.
망치는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아프고
좀 쉬고 싶어도 쉴 틈이 없지만
그만큼의 대우는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고객님 손에 잡혀 있기만 하면 돼.라고
일을 소개받았고, 좋은 직업인 줄 알고
기분 좋게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하는 일은
처음 설명과 다르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결국 혹사를 피할 수 없다.
어떤 곳은 망치가 도망가지 못하게
줄로 묶어 놓기도 하는데, 줄이 없어도
스스로 묶여 벗어나지 않는다.
어딜 가도 편한 일은 없다는 걸 아는 듯.
매일 힘들지만,
살아가기 위해 버틴다.
먹고살기 위한 고생이다.
그래서 서로들 인사하나 보다.
고생하세요. 고생하셨어요.
오늘도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