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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May 12. 2023

속옷을 거꾸로 입자

아니 제대로 입자


닝 셔츠가 내 을 자꾸 까치럽힌다.

거슬리게 까슬거리는 느낌으로

부비부비 는데 찝찝해 죽겠다.

봉제 작업이 잘못 되었는지

왼쪽 옆구리에 닿는 부분이 까끌하게 마감되었다.

끝을 다듬어 볼 요량으로 라이터불로 지졌더니

더 단단히 까칠해졌다.


그냥 무심하 집어서 거꾸로 입었다.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속옷을 뒤집어 입 때

두 가지 이야기가 떠 올랐다.

이 책 저 책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어느 책들이었는지와

상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의미만 통하도록 조금 바꿔서 적어 본다.


어느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정성스럽게 합심하여 준비를 마쳤다.

제를 지내려고 하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고양이를 깜빡했어요~!

그러자 마을 사람 누군가 또 말했다.

아 맞아! 하마터면 고양이를 깜빡할 뻔했어.

자 어서 고양이를 잡아와 이 기둥에 묶읍시다.

그리고 제사는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를 마친 후 한 아들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근데 고양이를 왜 기둥에 묶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몰라 할아버지가 제를 지낼

고양이를 기둥에 묶어야 다고 하셨어.

궁금했던 아들은 할아버지께 가서 물었다.

할아버지 왜 고양이를 기둥에 묶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처음 우리 마을에서 단체 제사를 지낼 때

고양이 한 마리가 기웃거리며 귀찮게 했단다.

그래서 좀 얌전히 있으라고 묶었던 거란다.

그다음부터는 전에 고양이를 묶었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따라 한 거란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햄을 굽는 방법이다.

저녁을 준비하며

햄을 굽는 아내를 본 남편이 물었다.

여보, 그 양쪽 끝은 왜 잘라 내는 거야?

아 이거? 우리 엄마가 항상 이렇게 하셨거든.

그렇게 하면 더 맛있는 거야?

모르겠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내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엄마! 햄 구우실 때 양쪽 끝을 왜 자르신 거예요?

엄마가 대답하셨다.

프라이팬이 너무 작아서

크기를 맞추려고 그냥 자른 건데?


고양이는 귀찮게 해서 묶었고,

햄은 프라이팬이 작아서 잘랐을 뿐이다.

아무 의미도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한 것이다.


런닝 셔츠가 까칠해서

집어 입는 게 더 편하면

그게 제대로 입는 것이다.

똑바로와 거꾸로가 구분 있다고

또 남들이 다 똑바로 입는다고

무조건 똑바로 입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당연한 듯 하고 있던

 없는 일을 뒤집고 없애는 건

 있는 일.




우리 회사 컴퓨터 장비는 가동하기 전

관리자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여

체크 하나를 해제해야 한다.

형식적인 절차다.

하루에 백번도 넘게 아이디를 넣고 비번을 친다.

로그인 후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자동 로그아웃 되어 로그인을 반복 한다.

번거롭고 쓸데없는 로그었는데

그렇게 해오다 보니 그렇게 해야되는구나 하며,

 무의미한 절차를 거의 5년째 하고 있었다.


건의를 했다.

관리자 계정의 아이디와 비번을 모두가 알고 있다.

언제든 로그인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온종일 로그인을 반복한다.

상시 로그인 상태와 무엇이 다른 것이냐?

하지 않아도 될 과정으로 시간이 낭비되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식되니까 없애자!


로그인 자체는 없애지 못했지만

한 번 로그인하면 12시간 지속되도록 바뀌었다.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쓸데 없이 로그인 하는 시간이

더 생산적인 행동을 하는

쓸데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작업하시는 분들께 슬쩍 물었다.


"로그인 안 하니까 편하죠?

"엄청 편하고 좋다~!"

"제가 건의했어요~!ㅎㅎ"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단다.

이 말이 기뻤다.


"내 또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이 말을 자주 듣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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