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을 거꾸로 입자

아니 제대로 입자

by 강일웅


런닝 셔츠가 내 살을 자꾸 까치럽힌다.

거슬리게 까슬거리는 느낌으로

부비부비 는데 찝찝해 죽겠다.

봉제 작업이 잘못 되었는지

왼쪽 옆구리에 닿는 부분이 까끌하게 마감되었다.

끝을 다듬어 볼 요량으로 라이터불로 지졌더니

더 단단히 까칠해졌다.


그냥 무심하게 뒤집어서 거꾸로 입었다.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속옷을 뒤집어 입

두 가지 이야기가 떠 올랐다.

이 책 저 책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어느 책들이었는지와

상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의미만 통하도록 조금 바꿔서 적어 본다.


어느 마을에서 체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정성스럽게 합심하여 준비를 마쳤다.

제를 지내려고 하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고양이를 깜빡했어요~!

그러자 마을 사람 누군가 또 말했다.

아 맞아! 하마터면 고양이를 깜빡할 뻔했어.

자 어서 고양이를 잡아와 이 기둥에 묶읍시다.

그리고 제사는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제사를 마친 후 한 아들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근데 고양이를 왜 기둥에 묶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몰라 할아버지가 제를 지낼 때

고양이를 기둥에 묶어야 한다고 하셨어.

궁금했던 아들은 할아버지께 가서 물었다.

할아버지 왜 고양이를 기둥에 묶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처음 우리 마을에서 단체 제사를 지낼 때

고양이 한 마리가 기웃거리며 귀찮게 했단다.

그래서 좀 얌전히 있으라고 묶었던 거란다.

그다음부터는 전에 고양이를 묶었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따라 한 거란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햄을 굽는 방법이다.

저녁을 준비하며

햄을 굽는 아내를 본 남편이 물었다.

여보, 그 양쪽 끝은 왜 잘라 내는 거야?

아 이거? 우리 엄마가 항상 이렇게 하셨거든.

그렇게 하면 더 맛있는 거야?

모르겠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내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엄마! 햄 구우실 때 양쪽 끝을 왜 자르신 거예요?

엄마가 대답하셨다.

프라이팬이 너무 작아서

크기를 맞추려고 그냥 자른 건데?


고양이는 귀찮게 해서 묶었고,

햄은 프라이팬이 작아서 잘랐을 뿐이다.

아무 의미도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하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한 것이다.


런닝 셔츠가 까칠해서

뒤집어 입는 게 더 편하면

그게 제대로 입는 것이다.

똑바로와 거꾸로가 구분돼 있다고

또 남들이 다 똑바로 입는다고

무조건 똑바로 입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당연한 듯 하고 있던

없는 일을 뒤집고 없애는 건

쓸데 있는 일이.




우리 회사 컴퓨터 장비는 가동하기 전

관리자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여

체크 하나를 해제해야 한다.

형식적인 절차다.

하루에 백번도 넘게 아이디를 넣고 비번을 친다.

로그인 후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자동 로그아웃 되어 로그인을 반복 한다.

번거롭고 쓸데없는 로그인었는데

그렇게 해오다 보니 그렇게 해야되는구나 하며,

이 무의미한 절차를 거의 5년째 하고 있었다.


건의를 했다.

관리자 계정의 아이디와 비번을 모두가 알고 있다.

언제든 로그인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온종일 로그인을 반복한다.

상시 로그인 상태와 무엇이 다른 것이냐?

하지 않아도 될 과정으로 시간이 낭비되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식되니까 없애자!


로그인 자체는 없애지 못했지만

한 번 로그인하면 12시간 지속되도록 바뀌었다.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쓸데 없이 로그인 하는 시간이

더 생산적인 행동을 하는

쓸데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작업하시는 분들께 슬쩍 물었다.


"로그인 안 하니까 편하죠?

"엄청 편하고 좋다~!"

"제가 건의했어요~!ㅎㅎ"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단다.

이 말이 기뻤다.


"내 또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이 말을 자주 듣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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