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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Apr 29. 2024

감정 자해행위

험담과 망상활성계

사람이 둘셋 모이면 남얘기 하기를 좋고,

남얘기 하다 보면 칭찬보다 험담이 재밌다.

나랏님도 험담을 피할 수 없고,

나는 우리 엄마 뒷담화도 곧잘 한다.

험담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언어활동이다.


최근 나는 이 자연스러운 언어활동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누가 나를 험담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험담해서다.


험담 부정적 감정을

부정적 말로 표현하는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다 보면

 부정을 불러일으켜

더 큰 부정이 되는 순환을 일으킨다.

감정이 말이 되고 말이 또 감정이 되면서

말하다 보니  열받네?라는 상황이 생긴다.


생각이나 말을 하면

뇌에서 해당 런(신경세포)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뉴런과 시냅스를 통한 네트워크를 형성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생각이 화학신호를 만들고

신호에 의한 반응으로 화학물질이 분비되면

그 화학물질에 의해 또다시 생각을 하 되면서

더 많은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뇌를 연구하며 책을 쓰고 강연도 하는

조 디스펜자는  과정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감정이 했다.


생각이 화학물질을 만들고

화학물질이 또 생각을 만드는 순환으로 인해

감정이 만들어지고 강다.

험담하다 보 험담 거리를 더 생각하고

더 생각난 걸로 또 험담하는 식으로

머릿속 험담 화학공장이 풀 가동된다.


망상활성계는 이 화학공장의 공장장이 되어

이 순환을 가속하고 증폭한다.

망상활성계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두뇌의 신경 네트워데,

지금의 생각과 감정 부합하는 보들을 선별해

의식으로 여보내는 일을 한다.

험담을 하려고 생각할 때부터

망상활성계가 작동하여

험담과 관련된 정보를 집중적으로 

의식에 들여보낸다.

머릿속에 험담 정 가득 차 넘치면

입 밖으로 새어  수밖에.


험담을 시작하려고 생각한 순간부터

뇌는 부정적 화학물질을 만들어 는 것인데,

화학물질은 감정이라 했다.

결국 험담은 부정적 화학물질을 만들어

스스로를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누군가를 실컷 험담하고 집에 돌아온 날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머릿속에 그 여운이 남아

맛도 멋도 모른 채 음식을 먹었다.

부정적인 기운에 둘러싸여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고,

험담의 내용보다 험담 자체로 인한

부정적인 느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었다.


정작 험담의 대상자는 아무것도 모르니

아무런 타격이 없다.

담한 사람만 부정적인 상태가

기분이 더럽혀진다.

결국 험담은 내 기분을 다치게 하는 

감정 자해행위가 된다.


이 자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험담을 어느 정도 통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해행위를 완전히 멈추려면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멈춰야 한다.

망상활성계가 긍정적인 정보를

끌어들이도록 설정을 바꿔,

생각이 바뀌고 말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고,

말을 바꾸는 노력부터 해보고 있다.

뇌 속에 험담 뉴런 네트워크가 켜지려 할 때

기분 좋을 생각을 한다.

되게 거창한 생각은 아니고,

저녁에 먹을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거나

도착해 있을 택배를 생각하거나

친한 동료에게 재밌는 농담을 하는 생각을 한다.

긍정적인 뉴런 무리들을 불러일으켜

망상활성계가 끌어들일 정보를

긍정적으로 설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면 얼굴에 웃음기가 돌며 기분이 약간 좋아진다.

기분이 약간 좋아진 상태에서는

험담을 당하는 뉴런 무리들이

조금 주춤하는 느낌.


기분 좋은 상태에서는 나오는 말이 달라진다.

기분에 걸맞은 말을 하게 된다.

평소 같으면 험담을 하게 될 자극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럴 수 있고, 라며

반응해 버리는 놀라운 변화도 생긴다.


생각을 바꾸면 말이 바뀌고 화학공장에서

생산하는 화학물질도 바뀌게 되어

감정도 바뀌게 된다.


감정이 바뀌면 또 생각과 말이 바뀌고

그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된다.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는 거다.


감정 자해 후 기분이 상처받았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의 의미를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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