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망상활성계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인파가 넘치는 곳에서도 시선이 먼저 가 닿으며 단번에 알아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정보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게 중요한 정보만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해서 의식으로 보내 인지하게 하고,
나머지는 무의식으로 보내 무시되게 하는 뇌 속 신경망인 망상활성계 때문이다.
망상활성계가 그 또는 그녀의 '나타남 정보'
혹은 '저기 있음 정보'를 캐치해 내 의식으로 들여보내면
뇌는 그 정보에 대한 반응을 취할 것을 몸에 명령한다.
그 반응 중 하나가 시선이다.
뇌는 망상활성계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신체적 행동을 취할 것을 몸에 명령한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中-
그렇게 시선에는 내 생각과 마음이 반영된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보고 있고, 슬쩍 훔쳐도 보는 건
틈만 나면 생각하며 마음에 가득 참으로 발산되는,
떨림의 종류가 설렘인 시선처리다.
앞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 중인 여자의 시선은 다른 여자들의 앞머리에 가 있고,
출산을 앞둔 부부의 시선은 예쁜 아기들에게 가 닿는다.
누군가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진다면 또는 자꾸만 눈맞춤이 된다면
그 사람의 망상활성계는 당신이라는 정보를 열심히 캐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의 마음속이 온통 당신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쓰며 시선을 주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을 때보다 번화가를 걸을 때 더 피곤해진다.
각종 소리, 컬러풀한 불빛, 다양한 움직임 등 주의를 끄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신경 쓰려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인간은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를 인지용량 한계 또는 심적자원의 한계라고 한다.
그래서 망상활성계가 정보를 필터링해서 중요한 곳에만 인지적 에너지를 쓰게 한다.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감각정보들 중에서 일부의 자극만을 받아들여
이를 처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런 집중적인 지각적 노력을 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주의과정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광고 심리학 中, 김완석, 학지사-
그러니 관심 없는 사람에게 주의를 두고 시선을 보내며
에너지를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關)에는 참여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관심을 마음의 참여로 이해한다.
어떤 대상에 마음이 끌려가 끼어든 것.
혹은 그 대상이 내 마음에 끌려와 끼어든 것이다.
'마음이 든다'와 '마음에 든다'가 되겠다.
관심이 없으면 즉, 마음이 참여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소모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마음이 참여해야 시선이 동행한다.
나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의 망상활성계가 나라는 정보를 걸러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