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일웅 Oct 09. 2024

톰과 제리 그리고 망상활성계

그리고 무의식의 극의

쥐약 광고

톰의 뒤태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울고 있다.

제리로 추정되는 쥐가 저 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울고 있는 톰의 뒤태 하나로 쥐약의 효과를

기발하게 보여 준다.


고양이 톰은 강자고 쥐 제리는 약자지만

톰과 제리의 쫓고 쫓기는 대결에서는 항상 제리가 승리한다.

제리는 영리하게 톰을 골탕 먹이면서 도망 다니고,

톰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제리 때문에 늘 골탕을 먹는다.


하지만, 톰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 준다.

그렇게 실패하고 당하면서도 제리를 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마치 모든 걸 제리 잡기에 쏟아부은 듯 제리가 나타나면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 당장 그대로 제리를 쫓는다.


톰은 어떤 상황에서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타나면 쫓는다.

제리를 쫓는 일에서의 톰의 경지는 '무의식의 극의'에 달해 있다.


무의식의 극의란

인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상태다.




톰의 망상활성계(뇌로 들어가는 정보를 필터링하는 신경망)는 

제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리 잡기'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해 그와 관련된 정보를

가장 우선적으로 톰의 의식으로 들여보낸다.


제리의 소리나 움직임을 통해 나타남이 감지되면

다른 정보는 모두 무시하고 제리에 관한 정보만 알아차리게 한다.

제리 잡기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제리에 관한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며,

제리 쫓기를 반복하게 한다.


그 반복의 힘으로 무의식의 극의에 이르러

제리를 쫓는 일에는 몸이 자동적으로 즉각 반응한다.

오늘은 좀 피곤하니 내일 쫓자. 뭐 이런 거 없다.

생각하기 전에 이미 움직인다.


원하는 걸 얻거나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을 무의식의 극의 상태로 만들면 된다. 

그게 그리 쉽냐 싶겠지만.

우린 이미 필요에 의해 무의식의 극의 상태로 만든 일들이 있다.


운전을 하지 못했고, 긴장하며 배웠고, 초보 시절을 지나

지금은 무의식의 극의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다.

핸들 각도를 조절한다거나 액셀 밟는 세기를 의식하지 않는다.

몸이 알아서 적당히 핸들을 틀고 액셀을 밟는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균형 잡는다고 온 신경을 다 썼었지만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균형을 잡는다.

독수리 타법으로 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쓰려는 내용을 생각하는 동시에 손가락이 알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운전, 자전거, 타자 모두 처음엔 우리가 전혀 못하던 것들이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연습할수록 익숙해졌고

반복해서 하다 보니 능숙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능숙을 넘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무의식의 극의 상태로 하는 일이 되었다.


필요에 의해 무의식의 극의로 만든 일들이 이미 있기에

앞으로로 충분히 원하는 일을 무의식의 극의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관련 신경세포들 간의 연합으로 시냅스가 형성되고,

그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면 시냅스가 강화된다.

시냅스가 강화될수록 그 생각과 행동이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시냅스가 강화되고 강회 되고 또 강화되어 능숙을 넘어서면

무의식의 극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시냅스의 강화는 반복으로 가능한 일이기에

무의식의 극의는 곧 반복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의 극의에 이르는 일에 한 가지 팁으로 생각하며,

실천해 보고 있는 게 있다. 일종의 스몰스텝 전략이다.

핵심은 '잘하고 못 하고' 보다 '하고 안 하고'를 먼저 생각하자는 거다.


글쓰기를 예로 들자면,

'잘 쓰고 못 쓰고'가 아닌 '쓰고 안 쓰고'의 관점을 가지는 거다.

하루에 한 문장 쓰기로도 무의식의 극의를 이룰 수 있다.

하루에 한 문장 쓰기를 매일 반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 점심 맛있었다.' 정도로만 써도 하루에 한 문장을 쓰는 거다.

이렇게 쉽게 하면 매일 반복할 수 있어서

매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무의식의 극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일단 매일 쓰다 보면 해결될 문제다.




톰의 제리 쫓기가 무의식의 극의에 달해 있는데도

제리를 잡지 못하는 건 톰의 목적이

'제리 잡기'가 아닌 '제리 쫓기'였기 때문이다.


'톰과 제리'에서 톰의 역할은 제리를 쫓는 것이지

제리를 잡는 게 아니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거나 목적을 분명히 한 후

원하는 것 또는 목적에 해당하는 무의식의 극의 상태가 되는 게 좋겠다.

이전 09화 마음의 참여와 시선의 동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