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사를 지내러 큰집에 갔을 때다.
주차 후 정종을 들고 가는데 포장 박스 아래가 뜯어지며
정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퍽! 깨졌다.
정종을 들고 있던 동생은 놀랬고, 엄마는 곧바로 치우셨다.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외쳤다.
"오늘 로또 사자!"
조상들이 로또 사라고 달리 알려 줄 방법이 없으니
이런 걸로 신호를 주는 거라고 궤변을 했다.
동생과 엄마는 설득당했다.
이런 생각과 말로 의미부여를 하고나면
왠지 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로또가 되면 뭐 하지? 하고 생각을 시작한다.
일단 차를 바꾼다. 더 좋은 집도 알아본다.
비싼 음식도 마음껏 사 먹는다.
그리고 빌어먹을 회사를 때려치운다.
이런 생각들은 즐겁다.
뇌는 현실과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로또 당첨 이후의 상황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기분이 들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에 빠지면 로또는 정말 될 것 같다.
#2.
홀로 한적하고 어두운 길을 걸으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꽤나 낭만적인 산책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뭔가 스윽 움직이거나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들리면
귀신이라도 나올까봐 소름이 끼치기 시작한다.
귀신을 생각하는 순간
귀신은 없는데 정말 귀신이 있는 것처럼 무서워진다.
실제로는 없는데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없는 귀신은 실재의 개념을 초월하여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
#3.
로또든 귀신이든 공통점은 생각이다.
생각의 힘으로 로또 당첨의 기분을 느끼고
없는 귀신에 대한 공포감도 느낀다.
생각의 힘이 엄청나다.
우리는 매일 오만 생각을 하는데
오만가지나 되는 생각을 대부분 쓸데없는데 쓴다.
엄청난 생각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하는 것보다
더 존재감 있게 만드는 생각의 힘이다.
이 생각의 힘을 로또에 쓸게 아니라
좀 더 생산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
이를 뇌과학적으로 좀 더 생각해 본다.
비가 오는 소리가 파전 부치는 소리와 비슷해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을 생각하니
기분이 그냥 캬~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마시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어느 대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뇌 세포의 98%가 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말은 뇌에 전달되어 박히게 되며, 뇌는 척추를 지배하고
척추는 행동을 지배한다고 한다.
즉, 말은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말은 생각에서 비롯되기에
말하거나 생각하는 순간 뇌는 그것을 척추에게 전달하고
척추는 전달받은 명령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춘다.
그래서 막걸리를 생각하면 막걸리를 마실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에 비도 오는데 따듯한 커피 한 잔 들고
창가에서 책이나 읽을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감성이 뇌에 전달되고
뇌는 또 척추에게 생각이 이렇단다 책 읽을 준비 해라.
뭐 이런 식으로 책 읽을 확률이 높아진다.
막걸리보다 생산적인 생각이다.
#5.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란 거다.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의 잠언에도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존재한다.라고 하니
생각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브런치 작가를 생각했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바다를 생각하면 바다가 보고 싶다.
치킨을 생각하면 치킨을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떡볶이를 생각하면 떡볶이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 다 생각하면 둘 다 먹게 될지도 모르고.
혹, 다이어트를 생각했는데 왜 저는 치킨을 먹고 있죠?라고 말한다면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치킨에 대한 생각이 이겼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
살고 싶은 대로도 생각해 봐야겠다.
살고 싶은 대로 생각한 후
생각하는 대로 살면 될 것 같다.
#6.
로또는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