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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Feb 12. 2023

슬로우

아무 이야기 찾기


읽고 싶은 책이 많은데 시간이 없다.

책 읽기를 시작하자마자 마음이 앞선다.

빨리 읽고 다른 책도 읽어야 한다.

읽어야 할 책이 매일 추가된다.

지금 이 속도로는 감당할 수 없다.

시간이 부족하니 속도라도 빨라야 한다.

빨리 읽어  내용을 얼른 얻고 싶다.

이런 생각이 연달아 려든다.

마음이 급하. 급하게 속도만 내더니

마음이 지혼자 앞서간다.

마음이 지금을 이탈해 저 앞에 가버려

지금 읽고 있는 내용 담을 마음이 없다.

읽었으나 얻은 게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며 빨리 읽고자 했던 게

없다는 시간마저 낭비한 꼴이 되었다.

마음이 지금을 이탈하고 속도를 위반하는 동안

주어진 독서 시간이 끝났다.

마음만 요란을 떨었고 실속은 없다.

브레이크가 잠긴 채 밟은 액셀처럼

달리는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천천히 읽한 줄이라도 얻는 게 이득이었다.

마음이 급해체한 듯 아무 내용 소화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급체다.

급체에 대한 처방이 필요했다.


첫 번째 처방은 생각의 변화다.


내 마음은 왜 조급해진 걸까?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왜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걸까?

선뜻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질문을 바꿔 보았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걸까?

빠듯하지만 부족한 게 아닌 건 아닐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나씩 빼

시간이 조금씩 생 것 같았다.

꼭 필요한 시간만 생각해 봤다.

출퇴근 시간 포함 일하는 시간 대략 14시간이다.

10시간이 남는다. 잠은 4~5시간 잔다.

5시간 잔다 치고 5시간이 남는다.

출근 준비에 1시간 정도 쓰니 4시간 남는다.

식구들과 식사 시간에 1시간 정도 쓴다.

3시간이 남는다.

씻고 잠자리 들기 전 시간 넉넉히 1시간 빼면

2시간이 남는다.

부족하지만 모자라지는 않은 2시간이다.

빠듯하지만 2시간이면 마운 시간이다.

빠듯한 2시간을 잘 사용하면 시간을 알차게 쓰게 된다.

시간이 부족하다 대신 알차게 쓴다 생각을 처방해 본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잠을 줄이고 있었으니

나는 그에 비해 다행이다 생각하며.

이 처방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두 번째 처방은 슬로우다.

슬로우 마저 저리 급하게 썼다


시간 부족하다고만 생각해 조급함을 가졌다.

조급함으로 빠듯한 시간마저 낭비했다.

슬로우를 해보기로 했다.

6일째 천천히 천천히 연습하고 있다.

우선 호흡터 천천히 해봤다.


무의식적으로 하던 호흡을

의식적으로 천천히 해보니

호흡을 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천천히 들이마시는 과정과 천천히 내쉬는 과정이

분명하게 인지 되었다.

느린 호흡에 의식의 초점이 맞춰졌다.

호흡의 느림을 알아차리니

도 그 느림을 따라 느긋게 긴장을 푼다.

천천히 들이쉬고 가만히 있어 본다.

천천히 내 쉬고 가만히 있어 본다.

안정적인 속도감에 침착한 듯 편해진다.

심장도 빠르게 뛰기를 멈추고 속도를 줄인다.

호흡에만 집중하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생각이 없어지니  찬 산만함이 워져 간다.

빈 마음은 요란하지 않다.

급하게 까불던 마음이 천천히 얌전해진다.

몸도 마음도 모두가 한 속도 안에 있으니

어느 하나가 속도를 달리하면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조급함은 금세 들통나고

조급함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제 속도로 돌아온다.

호흡에 집중하는 동안 지금 이 순간 내 상태를

조금씩 알아채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게 명상인가?


호흡을 천천히 하니 걸음도 천천히 걷는다.

서로 알아서 발란스를 맞춘다.

천천히 걸으니 여유 알아차린다.

생각도 아주 천천히 한다.

밥도 천천히.. 아 밥은 원래 엄청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먹으면 속이 편안해한다. 밥 먹듯

천천히 하기로 마음먹으니 속편 하듯 편하다.

말하는 속도는 천천히 하기 힘들어

말하기 전 속도를 천천히 해보고 있다.

듣는 말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속도라

들은 후 천천히 되새겨 보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은 모조리 천천히 할란다.


나는 아직 서툴다.

그러니 천천히 해야 하고 그래도 된다.

서툰 일이 천천히 익숙해지면

나중엔 천천히 하려 해도 빨라진다.

함 없이 자연스럽게 빨라질 것이다.


조급함 마음 천천히 사라짐을 느낀다.

조급함은 서툰 자에게 어울리는 속도가 아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뒤에서 빵 거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속도 내 타이밍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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