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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Jan 01. 2023

구라치고 토끼자

미셀러니, 에세이

#1.


구라하면 떠오르는 녀석이 있다.

거의 20년 가까이 내 핸드폰에

구라한보따리로 저장되어 있는 녀석이다.

이녀석은 구라칠 때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며,

즐겁고 긍정적인 구라를 구사하는 참 묘한 녀석이다.

그런데 구라한보따리보다 더 묘한 구라를 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계묘년의 주인공 토끼다.


별주부전에서 간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토끼는

간을 햇볕에 말리느라 꺼내놓고 왔다며 구라치고 토낀다.


추운 겨울 날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 했던 토끼는

자기는 맛이 없으니, 강물에 꼬리를 담그고 있으면

맛있는 물고기들이 꼬리에 한 가득 매달려

물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고 구라친다.

호랑이는 꼬리가 강물에 얼어붙어 사람들에게 잡히고

그사이 토끼는 호랑이를 바보라 놀리고는 토낀다.


이야기 속의 토끼는 구라치고 토끼는 데 능하다.

토끼의 구라를 사람들은 슬기롭고 지혜롭다 하며 본받기를 권한다.

위기의 순간에 토낄 수 있는 지혜로 목숨을 구하는 것이니

슬기롭고 지혜롭다 할 만 하며, 그 배울점이 상당하다.  



#2.


아들이라 부르며 무한 애정을 주시는 어느 선생님께서

토끼처럼 잘 뛰는 한 해가 되라고 말씀해 주셨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이지만 그 말씀 속 행간을 헤아려 보았다.


널리 알려져 있듯 토끼는 뒷 발이 앞 발보다 3~4배 길어서

오르막이나 비탈길도 잘 뛰어 다닌다.

하여, 가고자 하는 길이 힘들어도 토끼처럼 잘 뛰어가란 말씀이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라고 물으면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먹고 간다고 한다.

하여, 토끼처럼 부지런히 잘 뛰어 다니란 말씀이다.


토끼는 길고 큰 두 귀로 아주 작은 소리도 유심히 잘 듣는다.

360도를 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져 시야가 넓다.

앞발은 비록 짧지만 달릴 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하여, 토끼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세심히 경청하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두루 살필 것이며,

지나침 없는 균형 잡힌 속도로 꾸준히 잘 뛰라는 말씀이다.  




2023년은 토끼처럼 구라치고 토끼면서

잘 뛰어 다닐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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