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일웅 Jan 13. 2023

파리의 교훈

미셀러니, 에세이


파리 한 마리를 어렵게 죽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파리는 목숨 바쳐 교훈을 남겼다.


파리를 죽일 때 꿈밤을 때리듯이 가격한다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리한다.

믿지 않는 누군가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 누군가는 매우 놀랐다. 파리도 늘 놀랄 것이다.


날이 습해 몸이 끈적했던 어느 날.

앵앵 거리는 파리가 유난히 짜증 났었다.

얄밉게 방 안을 날아다니던 파리가

책상에 잠시 앉자마자

죽여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과 동시에 재빨리 오른손을 꿀밤 가격형태로 만들고

격 사정권으로 접근한 후 가격을 시도했다.


정말 통쾌한 명중이었다.

그 녀석은 약 1미터 정도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힌 후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이 뻗어 버렸다.


 마치 임무를 완수한 요원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끝을 낸 뒤의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녀석이 움찔하더니

뒤집혔던 몸을 바로 세우고

비행준비 동작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2차 가격을 생각할 찰나도 주지 않고

녀석은 멀쩡히 날아가 버렸다.

그 녀석의 스피드는 전혀 줄지 않았다.


우리는 2차 전투에 돌입했고 

나는 더욱 강력한 꿀밤 가격을 준비했다.

손가락에 잔뜩 힘을 준 채로 녀석을 끈질기쫓았다.

한 번 당해 본 녀석은 쉽사리 착륙하지 않고 계속 날아다녔다.

녀석이 날다 지쳐 잠시 착륙했을 때

강력한 한 방을 먹였고 녀석은 전사했다.


파리를 죽이려고 그렇게까지 애써본 적이 없었다.

그날은 왜 그랬을까?

무엇이 그토록 집요하게 파리를 죽이게 만들었을까?

그 물음의 답이 파리의 교훈이었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확실하게 죽이지 못한 파리는 여전히 를 짜증 나게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굳게 정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어지럽고 산만하게 널브러져 있다.

수많은 결심의 방치가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파리를 끈질기게 추격하여 결국 쓰러트리던

그날의 내가 필요하다.


그간의 결심을 다 쓸어 모아 정리하고

새롭게 결심을 했고 실행 중이다.

이 결심은 부디 확실하게 마무리가 되도록

파리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그 녀석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리라.



작가의 이전글 환상속의 양은냄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