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 마리를 어렵게 죽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파리는 목숨 바쳐 교훈을 남겼다.
파리를 죽일 때 꿈밤을 때리듯이 가격한다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리한다.
믿지 않는 누군가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 누군가는 매우 놀랐다. 파리도 늘 놀랄 것이다.
날이 습해 몸이 끈적했던 어느 날.
앵앵 거리는 파리가 유난히 짜증 났었다.
얄밉게 방 안을 날아다니던 파리가
책상에 잠시 앉자마자
죽여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과 동시에 재빨리 오른손을 꿀밤 가격형태로 만들고
공격 사정권으로 접근한 후 가격을 시도했다.
정말 통쾌한 명중이었다.
그 녀석은 약 1미터 정도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힌 후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이 뻗어 버렸다.
나는 마치 임무를 완수한 요원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끝을 낸 뒤의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녀석이 움찔하더니
뒤집혔던 몸을 바로 세우고
비행준비 동작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2차 가격을 생각할 찰나도 주지 않고
녀석은 멀쩡히 날아가 버렸다.
그 녀석의 스피드는 전혀 줄지 않았다.
우리는 2차 전투에 돌입했고
나는 더욱 강력한 꿀밤 가격을 준비했다.
손가락에 잔뜩 힘을 준 채로 녀석을 끈질기게 쫓았다.
한 번 당해 본 녀석은 쉽사리 착륙하지 않고 계속 날아다녔다.
녀석이 날다 지쳐 잠시 착륙했을 때
강력한 한 방을 먹였고 녀석은 전사했다.
파리를 죽이려고 그렇게까지 애써본 적이 없었다.
그날은 왜 그랬을까?
무엇이 그토록 집요하게 파리를 죽이게 만들었을까?
그 물음의 답이 파리의 교훈이었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확실하게 죽이지 못한 파리는 여전히 나를 짜증 나게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굳게 정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어지럽고 산만하게 널브러져 있다.
수많은 결심의 방치가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파리를 끈질기게 추격하여 결국 쓰러트리던
그날의 내가 필요하다.
그간의 결심을 다 쓸어 모아 정리하고
새롭게 결심을 했고 실행 중이다.
이 결심은 부디 확실하게 마무리가 되도록
파리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그 녀석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