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도서관 5층 남자 화장실
우측 끝에 있는 소변기입니다.
내가 더럽다고 여기는 당신은
평소엔 내게 가까이 오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결국 내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급하면 내가 필요하게 되니까요.
더럽고 냄새나지만 나를 찾을 수밖에 없죠
당신은 내 쓸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될 테니까요.
내가 더럽고 냄새나는 이유는
당신에게 쓸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소변을 받는 굳은 일을 하지만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입니다.
당신은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아무리 궂은일도 쓸모가 있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아직도 내가 더럽습니까? 아니면 멋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쓸모가 있습니까?
무슨 자신감으로 거리를 두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한 발짝 더 다가오세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은 아니니
당신이 흘린 걸 보며 불쾌한 사람과
그걸 닦아야 하는 사람도 생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