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민속 주점의 기본 안주입니다.
처음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모두 나만 먹더라고요.
그것도 그냥 손으로요.
그 친밀한 스킨십이 어쩐지 참 좋았어요.
아 글쎄 다 먹고 두 번씩이나 리필하더라고요.
아,, 이넘의 인기...라고 착각했었죠.
그런데 메인 안주로 골뱅이 무침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구석으로 치우더군요.
그리고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결국엔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기요~! 이거 좀 치워 주세요'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그러는 거 아니에요.
내가 부담 없이 편하다고
함부로 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잠시 필요할 땐 그렇게 찾더니
정말 매정하게 나를 버리네요.
그래요. 비싸고 매콤 달콤한 골뱅이 무침이 더 좋겠죠.
난 그저 심심 풀이니까요.
없으면 허전하니까 그냥 잠시 곁에 두었던 거죠.
남자들은 한 번씩 해보는 경험을 저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쁜 여자아이가 먼저 카톡도 보내고 밥도 같이 먹자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축제 구경도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감정이 생깁니다.
지금 고백하면 잘 될 것 같은 확신이 듭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죠.
어렵게 고백했는데 화를 냅니다.
"오빠, 난 오빠가 부담 없이 편해서 좋았는데
지금처럼 이러면 이제 오빠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오빠가 이러는 거 부담스러운 것 같아.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면 안 될까?."
이렇게 들립니다.
"오빠, 오빠는 골뱅이 무침 나오기 전에 부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고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기본 안주 같은 존재야. 내가 정말 원하고 기다리는 건 골뱅이 무침이라구.
기본 안주로 배까지 부르긴 싫어. 맛있는 골뱅이 무침이 나올때까지 그냥 기본안주로 있어줬으면 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고, 조금 더 먹고 싶을 땐 리필도 되고, 필요 없을땐 치워도 되는 심심풀이 기본안주처럼 그렇게 내 옆에 있어주면 안될까?."
다행히 한 번 기본안주가 되어 봤기 때문에
이제 착각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대신,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심심풀이 기본안주처럼 대하진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