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일웅 Dec 24. 2022

이별공식

크리에이티브, 에세이


주전자의 몸통과 주둥이가

헤어졌다가 초강력 접착제 덕분에 다시 만납니다.

표정은 없지만 좋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게좋을까 하고 미소 짓게 됩니다.

평소 의인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이런 광고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이별을 한 건 아니고 이별에 관련된 작은 생각입니다.


애인과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경험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쭉 잘 만나는 커플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도 한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대체로 다시 헤어지더군요.


한 여자는 제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봅니다.

결혼을 생각해보니 불안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불안정하고 수명도 짧다고 어디서 들었다네요.

어쩌면 직업이 아니라 저 자체가 문제였을 겁니다.

저라는 사람에게서 비전을 보지 못한 거죠.

지금까지의 저를 보면 그녀는 사람 보는 눈이 탁월했네요.


다른 한 여자는 나이차가 많았습니다.(10살 연하)

제가 처음에 경고했습니다. 호기심인 것 같으니

더 다가오지 말라고.

결국 연인이 되었고 한참을 행복했니다.

살면서 남이 나를 그렇게 아껴주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던 마음은 지금도 고마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힘들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생각만 해도 두렵다는 말을 하더군요.

당연하죠.

서 애초에 시작하지 말자니까..

그녀는 생각과 감정 사이에서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결국 생각이 감정을 이겼구요.


저의 경험과 주변의 모습을 보며

커플이 헤어질 때의 공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공통점은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이별공식이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마음이 끌려

사귐을 시작합니다.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그렇게 행복하다가도 위기는 찾아오기 마입니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별을 맞이해야 할 때도 옵니다.


이별의 때가 왔을 때

한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각해봤는데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한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네가 좋아.

같이 있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야"


여기서 제가 본 이별공식 이렇습니다.


한쪽은 생각을 말고, 

한쪽은 감정을 말다.

이별이다.


헤어지려는 사람은 처음의 좋았던 마음을

생각으로 떨쳐냅니다.

붙잡으려는 사람은 감정을 호소하며 집착합니다.


이별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많겠지만,

제가 겪고 보아온 봐로는 결국

생각과 감정의 대립입니다.


생각 때문에 마음이 떠나는 건지

마음이 떠나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이제 상대방이 생각을 말하면

이별을 직감하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그럴 때는 이별까지 붙여주는

초강력 접착제가 있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설득과 집착으로 억지로 접착 봤자

행복하지 않습니다.


곁에 있

함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별서로에게 좋은 일이 기도 합니다.

생각과 마음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짝을 이룰 기회를

다시 얻게 되니까요.

변치 않을 마음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짝을 이루게 될 테니까요.




제게 생각을 말하며 떠나갔던

두 여자는 모두 1년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국 그녀들은 저와 헤어지길 잘했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랍니다.


농담 삼아 주변에 이렇게 말합니다.

1년 안에 결혼하고 싶으면 나랑 잠깐 사귀면 된다고.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고백했을 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됩니다.

생각으로 고백을 받아들여

생각과 마음으로 쳐지면

서로의 성질이 달라 일체화되지 않고

이내 떨어지게 될 겁니다.


저는 이럴 때 상대방이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감동시 작정입니다.

다른 생각하기 전에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과 마음이 만납니다.

초강력 접착제 없이도 잘 붙어 있게 됩니다.

같은 성질이므로 체화가 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더 좋은 새로운 하나의 마음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심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