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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Mar 13. 2023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

무의식적 행동에 의식적 행동 끼워 넣기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

쿵후보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대림사 대정승이 주인공 친미에게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생각한 후에 하는 행동은 늦다며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한 순간의 차이가

생사를 가를 때가 있다는 교훈을 담은 말이다.


"인간이 할 일을 미루는 건

행동하기 전 생각부터 하기 때문이다."

-어느 철학자-


생각하기 전 일단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뭔가 불쑥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게 된다.

또 자신도 모르게 이런 삐리리가 라며

욕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움찔과 삐리리는 의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나오는 무의식적 반응이다.

생각하기 전에 반응한다.


이런 무의식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습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침대 앞에 책장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상단에 냉온수기가 있다.

자고 일어나 생각 없이 가장 먼저 하는 게

냉수 한 잔 마시기다.

이 무의식적 행동에

의식적 행동을 끼워 넣기 위해

냉온수기 옆에 독서대를 놓았다.

냉수 한 잔을 마시며 한 줄을 읽는다.

매일 자고 일어날 테니 매일 물을 마시고,

매일 한 줄 이상을 읽게 된다.

지금은 읽어야지 생각하기 전에 읽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하게 되는 자동행동이다.

스탠딩 독서 시스템 1호다.


내 방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로 가는 자연스러운 동선에

또 하나의 책장이 있다.

그 상단에 또 독서대를 놓았다.

그 책장 사이에 1회용 마스크를 보관하는데

마스크 줄을 느슨하게 하는

무의식적 동작을 매일 한다는 걸 알았다.

이 무의식적 행동에

또 의식적 행동을 끼워 넣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스크 줄을 늘이며

한 줄 두 줄 읽는다.

마스크 줄 늘이기도 매일 하는 행동이기에

매일 읽게 된다.

마찬가지로 생각하기 전에 읽는다.

스탠딩 독서 시스템 2호다.


그리고 화장실에서도

자동적으로 읽거나 쓴다.

좀 더 편하게 읽고 쓰기 위해

이동식 테이블을 두었다.

그랬더니,

'스마트 초서 독서 시스템'이란 게 생겼다.

거치대가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에

전자책 리더기와 스마트폰을 거치하니

읽으면서 즉시 초서하며

아웃풋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즉시성이 독서의 또 다른 맛을 보게 했다.

화장실도 매일 가야 하니

조금이라도 매일 읽고 쓰게 된다.

화장실에서의 행동도 무의식적인 행동에 속하니

거기에 의식적 행동을 끼워 넣은 셈이다.


화장실에서 조금씩 쓴 글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화장실에 책상을 놓으면 생기는 일"이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계획대로 된다면

1년 정도 후 브런치북으로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행동에

의식적인 행동을 끼워넣기는

그 행동이 아주 작아도 큰 결과로 발전한다.

그 결과가

"화장실에 책상을 놓으면 생기는 일"이 될 것이다.

그 결과가 놀랄 만큼 커지면 공개할 예정이다.

그래서 1년 정도 후를 예상하고 있다.


스탠딩 독서시스템 1,2에서 한 줄 두줄 읽는 게

워밍업 되어 화장실 책상에서는 이미 뇌가

읽고 쓰기에 최적 상태가 된다.

그 시간이 비록 짧지만 그게 결국 하루를

생산적이고 의욕적으로 시작하게 한다.


심리학자 크레페링은

작업흥분이라는 이론으로

의욕은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에 의하면 뇌에는 좌우로

측좌핵이라는 신경군이 있는데

이 측좌핵은 의욕을 북돋아 주는 신경세포다.

이 신경세포가 활발히 움직일수록

우리는 의욕적인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 측좌핵 녀석을 흥분시키기만 하면

우리는 의욕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측좌핵 녀석은

어떻게 흥분시킬 수 있을까?      

“Just Do It"

그냥 이게 답이다.

일단 시작하면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측좌핵이 스스로 흥분하여 세포가 활발해지는

작업흥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일단 뭐든지 시작해 버리면

의욕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뭐든지 일단 시작해서

의욕적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일단 시작하는 게 어려우니

무의식적 행동에 의식적 행동을 끼워 넣

생각하기 전에 움직이는거다.


이 측좌핵을 흥분시키는 작은 행동이

'원씽'이라는 책에서는 첫 번째 도미노로 표현된다.


도미노는 자기보다

1.5배 큰 도미노를 넘어 뜨릴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도미노의 크기가 5cm라면 그다음은 7.5

또 그다음은 11.2, 16.8, 25.3을 넘어뜨리는 것이다.

18번째에는 피사의 사탑만큼 큰 도미노를 넘어 뜨리고

23번째에는 에펠탑 만한 게 넘어진다.

31번째에는 에베레스트 만한 게 넘어지고

57번째에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크기 된다고 한다.


첫 번째 도미노 하나만 잘 넘어뜨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넘어진다.

그리고 가속력이 붙는다. 그렇게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무의식적 행동에 끼워 넣은

작은 의식적 행동이 첫 번째 도미노가 되어

1.5배씩 커지는 다음 도미노를 넘어뜨리 전진한다.

도미노는 점점 커지며,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무의식적 행동에 의식적 행동 끼워 넣기.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고 있다.

이게 지속된다면 어마어마해지겠지? 하며

기대하고 있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

의심할 생각도 말고 계속 움직여라.

시작은 미약해도 끝도 없이 창대해질 것이다.

나름 패기 있는 다짐이다.

잘 되면 잘 된 거고,

못 되면

그저 다짐 중 하나가 못 된 거다.




자투리 시간에 읽고, 써야 하는 환경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동안은 잘 살지 못해

처해진 환경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中-


우리 회사는 보안 때문에 근무 중

핸드폰도 인터넷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틈 나는 시간에

메모지에 조금씩 글을 끄적인다.

펜과 종이는 강하다


회사에서 이 글을 쓰기 위해 끄적인 메모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로 세탁기에 넣었다.

다행히 펜과 종이는 강했다.

웬만큼 젖어도 온전했다.

뒷면에는 이다음 글도 끄적여지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순간이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저 두 장의 메모가 한 편의 글이 되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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