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라씨 Feb 04. 2020

맘껏 나대라. 나大해진다.

잘하진 못해도 좋아해서 나댔던 오지라퍼의 성장 스토리

사람들은 보통 어떤것에 '나대는'걸까?


'나대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든 나대야 관심을 받는 SNS에서 나대는 것은 오히려 미덕일 수 있다. 나같은 경우 영어로 나대고 있다. 영어를 주제로 블로그도 하고, 영어 스터디를 모집하고, 영어 유튜브를 운영하고... 영어에 미쳐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내가 최소한 영어를 전공했거나 관련 직업을 가졌을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영어와 1도 관계가 없다. 남들처럼 의무교육으로써 영어를 대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영어로 나대는가 하면.

어렸을때 부터 영어로 된 미디어에 노출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는 올드팝송만 듣고 외국영화만 보시던 분이었고 미군부대 근처에서 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가요보다 팝송이 오히려 듣기 편했고 나도 모르게 한국영화보다는 외국영화가 더 좋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같은 한류 분위기에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하지만 이랬던 나도 영어로 나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취미일 뿐이고 어쩐지 영어를 좋아한다고 하면 잘난척 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딱히 나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인생의 허리케인이 몰아쳤으니 결혼과 육아...


그래 너무 뻔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솔직히 결혼까지는 내 인생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일을 관두고 육아에 매달리다보니 미치고 환장하는 기분이 들어 우울증까지 왔던 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맘대로 미드 못보고 그런게 더 컸던것 같다.


여튼 절박해지면 뭐든 해결책을 찾게 마련인데 나는 그게 '영어'였던거다. 

아이들 돌보기 전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거. 그게 영어였다.


이 생각이 들자마자 영어 스터디를 급히 만들고 5개월된 첫째를 메고 출동했다.

동네 엄마들과 모여 우리끼리 말도 안되는 영어로 떠들고 하하호호 수다를 떨었다.

번듯한 선생님 하나 없었지만 미드 대본도 외워보고 단어도 외워보고 너무 머리 아프면 한국말로 수다도 떨고.


이때 처음으로 나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튀는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조용히 묻혀사는 스타일이었는데 세상에.

나대니까 너무 재밌는거지. 내가 이렇게 오지랖 넓고 주목받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


몇년을 하다보니 아이들도 좀 크고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그리고 좀 더 본격적으로 나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려 블로그를 시작했다.

영어도 못하면서 영어공부하는 방법을 올리고 도움이 되는 자료를 올렸다.

오프라인으로 하는 영어 스터디 온라인에서도 해보자고 스터디를 또 만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나대니까 사람들이 어느새 나를 영어 잘하는 관련 종사자쯤으로 보기 시작.

사람이 간사한게 그렇게 보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영어 공부에 더욱 열심히 하게 됐다. 

전화영어, 화상영어, 영어학원, 영어공부하는 앱, 원서 읽기 등등...


사실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된 배경에는 관련 업체들의 협찬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후기를 댓가로 제공받은 것이지만 좋아하는 영어를 지원해주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의 영어를 키워갔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영어가 굉장히 유창해졌을까?

아니. 그건 아니다. 하지만 유창해질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속력이 생긴 것 그리고

영어 블로그와 영어 유튜브를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 나에게 큰 수확이다.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결국 나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


만약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뭘 나대.라고 생각했다면?

그냥 혼자 노트에 필기나 하면서 혼자 끙끙댔다면?

지금처럼 영어에 대한 끝없는 덕질과 꾸준한 노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맘껏 나대자.

주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막 나대보자.

브런치던, 블로그던, 인스타그램이던 상관없다. 

기왕이면 당신의 나댐을 공감해줄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 나대보자.


그것이 나를 크게 만들어줄 나大한 길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 작가는 글을 못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