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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Feb 05. 2020

사실 작가는 글을 못 쓴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딜레마에 대하여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사실 작가는 글을 못 쓴다.

오해하지 말자. 실력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못 쓴다는 뜻이다. 

나처럼 '야매 전직 작가'도 편하게 글을 써본적은 별로 없다.


한참 일할 때 내 직업은 방송작가였다. 

사실 방송보다는 일반 회사 이력이 길지만 하는 일은 비슷해서 항상 직함은 '작가'였다. 

게다가 전공은 문예창작.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다들 내가 글을 진짜 잘 쓰는줄 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선들 때문에 글쓰기를 피해왔지. 

블로그도 작가였다는걸 말하기 전에는 가볍게 날려 쓰곤 했는데 이후엔 부담이 느껴지더라.





그러던 어느날 글 잘 쓰는 친구 한명이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다고 했다.

잘 몰랐는데 브런치는 블로그와 분위기가 달랐다. 

좀 더 작가다운 글을 요구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작가로서 꽤 오래 일했지만 결코 일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모두들 일할땐 나를 작가라고 불렀지만 스스로는 작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전공에 맞게 일을 구하다보니 그나마 쉽게 시작 가능했던게 방송 작가였을 뿐.


그래서 처음에는 브런치도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갈수록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글'이다.

정말 일할 땐 스트레스 받아서 글을 미워했고 심지어 일을 관둔 후에도 그 감정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열심히 쫓다보니 결국은 또 '글'이더라.





사실 먹고 사는 입장에서 써야만 했던 글과 지금 쓰고 싶은 글은 많이 다르긴 하다.

직장에서 썼던 글대부분 시청자나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야 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써야 하는 글은 '나를 만족시키는 글'이어야 한다.


여기서 의문 하나.

'나를 만족 시키는 글'이라고 하면 일기나 쓰지 왜 공개적인 글을 쓰려고 할까?

나에게 나를 만족 시키는 글은 나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이다. 

일기랑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워낙 남을 만족시키는 글만 쓰다 보니 나를 만족시키는 글에 대한 열망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일기를 쓰진 않을 것이다. 

나에 대한 정리가 끝나고 세상을 바라보면 좀 더 깊은 고찰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거다.


그리고 먼저 글에 썼던 것처럼 '나대해지면' 남들도 '나대도록'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글을 쓰자. 남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편하게 나를 위한 글을 쓰자. 

나를 위로하고 만족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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