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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Mar 02. 2022

자기계발 하다가 우주까지 가는 이야기

흔히 자기계발이라 하면 직장 다니면서 영어공부 한다던지 하는, 부가적인 스킬을 늘리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집에서 애만 보는 것 같은 나같은 엄마도 자기계발은 놓칠 수 없는 일상 중 하나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육아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영어공부로 자기계발을 시작한 케이스이다. 그러다가 기록을 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하고, 어쩌다보니 소소하게 돈도 조금 벌게 되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디지털노마드가 되어 방구석에서도 노트북을 두드리며 돈을 많이많이 벌고 싶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영어를 공부하던 나의 자기계발은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 책을 섭렵하고, 귀신같이 추천해주는 구글의 알고리즘에 따라 유튜브의 늪을 헤매는 것으로 확장(?) 되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특히 집에서 벌기 위해 찾아본 수많은 방법들을 모두 테스트 해보지 않았지만 일부는 직접 해가며 감각을 익혔다. 물론 이것은 아주 느슨하게 천천히 진행되었고, 대부분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태어나서 처음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매일 상주하는 사업장이 아닌 무인으로 꾸리는 곳이었지만 몸만 조금 더 편할 뿐, 마음은 똑같이 바쁘고 분주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 마케팅 책을 찾아 뒤졌고,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들을 모아보고자 했다. 이런 와중에 자기 계발은 조금 멀어진듯 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전생이 개복치인듯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는 슬슬 마음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짜증이 늘고, 남편에게 괜한 화풀이가 잦아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꼭 해야 할 일만 하면서 묵묵히 견디는 시간이 늘어났다.


안되겠다 싶은 나는 다시 자기계발의 세계로 돌아와 많은 책과 유튜브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하던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도전도 그렇고, 매장을 잘 운영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것도 그렇고 결국은 '돈' 그놈의 '돈'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돈'은 마인드 셋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의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는 많은 이론들은 결국 '마인드' 공부로 이어졌고, 그 마인드는 즉 누구도 아닌 '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컨트롤이 가능해야 했다.



Q.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까?

A. 부자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Q. 부자의 마인드는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A. 내가 가진 가치를 나누어야 한다.


Q. 내가 가진 가치는 뭘까?

A.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내가 좋아하거나 즐기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줄만한 가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Q.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즐기는가?

A. 그걸 정확히 모르겠다.

Q. 그것부터 알아내야 다 풀릴것 같은데? '나'는 누구지?

A. 그러게. 나는 누구이고, 왜 태어났지? 존재 이유가 있나?



부자가 되고 싶은 나의 물음은 현재 여기까지 와서 멈췄다. 너무 엄근진 해보이지만 어쩔수가 없다. 뭘하든 만족이 깊지 않고 불만이 많은 채로 약 40년 넘게 살다보니 이제 뭔가 다르게 살아볼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사십춘기의 방황이랄까?



웃프게도 내가 누군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많은 영적 지도자들도 결국은 사람인지라 썩 완벽해 보이지 않는다. 감동 받았던 책의 저자들은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거대한 구독자층을 형성하며 현실을 잊을만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다. 종교의 지도자라는 사람은 정치가 얽혀있어 세계 평화 같은 너무 거대한 대의만을 말한다. 개인의 평화는 알아서 해야 하는것 같다. 왜 이렇게 못믿고 의심하지? 한숨을 폭 쉬던 나는 결국 우주로 눈길을 돌린다. 


시간은 환상이라는 과학 유튜브를 보고, 평행 우주론에 혹하고,  이 광활한 우주에 먼지보다 못한 지구와 지구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먼지 오브 먼지 지구인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가끔은 맥이 빠지지만 지금 내가 가진 문제는 정말 사소해 보여서 좋다. 스트레스를 덜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중요한건 우주는 매일 눈에 안보이고, 현실은 눈 앞에서 내 속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한다는 것. 

별 수 없다. 우주는 우주고 일단 오늘 하루 내 마음속 냄비를 다스리는 수 밖에. 


- 2022년 3월 2일. 점심 먹으며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를 찾아 보다가 알 수 없는 빡침으로 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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