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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Apr 05. 2022

나와 글 _ 하루키도 아닌게 변명만 많네

3인칭 회고록 시리즈 04

흔히들 전공을 물어봤을 때, 문예창작학과라고 하면 국문과와 비슷한 과 아니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문과가 우리나라 국어의 역사와 이론을 아우르는 학문이라면 문예창작학과는 철저하게 '쓰기' 위주의 창작이 대부분이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J가 다닐때는 소설, 시, 희극 등이 필수 전공이었고, 학기마다 전공 분야의 글을 창작해서 제출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 또한 '창작'이 대학 생활의 제일 핵심적인 활동이었고, 열심히 해야했다.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의 때(?)가 묻어있던 새내기 시절에는 어떻게든 과제를 제출하곤 했다. 교수님=선생님, 과제=숙제. 단어만 변한것이지 비슷한 카테고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수업을 빠져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고 (안돼! 그러지마) 술자리가 점점 잦아지자 과제고 뭐고 놀고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엄마 진짜 죄송했어요)

그리고 속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갔다.



'창작이 억지로 되는건가? 난 지금 소설(혹은 시, 혹은 희곡)을 쓸 기분이 아닌데?'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정해진 운동을 하고 난 후에야 글을 쓴다고 한다. 언뜻 보면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면서 영감이 떠오를때나 작업을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이트하게 자기 절제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창작도  잘하는 것이다. 하루키가 아니라면 더욱 자기 절제를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20 초반의 그녀는 그걸 몰랐다.



'왜 떠오르지도 않는 영감을 쥐어짜고 기한을 맞춰야 하는거지?'



특유의 20대 허세에 가득차 있던 그녀는 독촉하듯 밀려오는 마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수업에 빠지는 것도 모자라 과제도 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계절학기를 들으며 학점을 맞춘 그녀는 그래도 어찌어찌 졸업장은 땄지만 이후로 '진짜 글'은 쓰지 않았다.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글'과 '작가'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졸업하고 처음 한 사회 생활이 '작가' 일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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