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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Apr 04. 2022

나와 글 _ 선생님은 신학대학을 가라고 하셨어

3인칭 회고록 03

중고등학교 시절의 J는 여전히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이긴 한데 만화책인게 함정이었지만. 어쨌거나 만화책도 책 아닌가? 주변 친구들이 유독 만화책을 좋아해서 더 읽은것도 있는것 같다.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가 필요했으니까. 글쓰기 대회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 사춘기 시절 아이들에게는 글 잘 쓰는 친구보다 같이 만화책을 읽고 아이돌을 좋아하며 엽서를 사 모으는 친구가 더 좋은 친구였던 것이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글과 책에서 멀어진 후, 어느새 대학 입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네? OO대학교요? 왜요?"



J는 담임 선생님이 상담중에 모 대학을 추천하자 너무나 혼란스러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무교였고 학교에서 종교에 대해 전혀 말한적이 없는데 신학대학을 가라니?



"왜긴. 너 집이랑 가깝잖아. 점수도 이 정도면 안전하고."



너무 어이가 없던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이어지는 담임 선생님의 변명을 듣기만 했다. 재수는 최대한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 여기도 괜찮은 학교다. 선생님은 여기가 너하고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등등...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입학 성공률을 높이려고 애쓰는것 같다는 삐딱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대학을 많이 보낸 고3 담임 선생님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된다는 소문이 떠도는 시기였으니 말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내 관심사나 적성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대충 찍어줄 수가 있지? 어서  상담이 끝나길 기다린 뒤, 그녀는 어떻게든 저 대학을 빼고 알아서 지원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 그럼 어디를 간다... 학과는 어디를 지망해야 하나.



'음, 역시 국문과 아니면 문예창작학과인가?'



고민한지 5분도 안되서  가지 학과로 압축이 됐다. 신기하게도, 초등학교 이후로 글이나 책은 신경 끄고 살았는데 진로를 결정할 시기가 되니 당연하게도 글을 쓰는 전공이 떠오른 것이다. 공부는 그닥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상향 지원을 해야 했지만 실기를 믿고 문예창작학과가 있는 대학에 용감하게 원서를 냈다.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 그녀는 아침밥을 먹다 말고 체할  했다. 제일 가고 싶었던 대학의 합격 문자를 받은 것이다.  



"으악 엄마!  합격! 재수 안해도 되겠다!"



선생님 말씀 안듣고 멋대로 원서를 내서 노심초사 하던 그녀의 엄마는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역시 우리 딸은 글을 잘 쓰니까 대학도 알아서 간다는 칭찬과 함께. 이후로 그녀는 모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생각하기에 글과 멀어진 본격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문예창작학과'라는 전공이었다. 생각도 못한 변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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