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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스트셀러 밍뮤즈 Mar 31. 2020

엄마 자격증, 나는 안 따고 싶다



만일 엄마가 되기 위해서 꼭 자격증을 따야 했다면 어떨까?






좀 엉뚱한 상상이지만 그래도 확실한건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들이 응시했을거고,




나는 결코 그시험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둘이다. 어느 엄마들이나 그렇듯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왜 도치맘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다.

나를 닮은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예뻐 죽겠는지.

하루하루 그럴듯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지만 물론! 매순간 예쁘지 않다. 우리 애들은 힘들게 안해요? 거짓말이다.

이 작고 귀여운 악동들은 아직 '아이들'인 것이다. 






물론 이젠 제법 커서 기저귀 안하고 분유 안먹고 혼자 뛰어놀고 말도 잘하긴 한다.

그래서 가끔 다 컸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진짜 다 크길 소망해 본다.






하지만 아이들, 특히 10살 이하의 아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떼쓰고 화부터 내는 성급함

힘들게 밥을 먹이고 씻겨줘도 아직 고마운줄 모르는 철없음

말 좀 하게 됐다고 자기만의 논리로 결론을 내리는 이기심







오은영 박사님급 아니면 엄마들을 괴수로 만들어버리는 존재들 아니던가.












지금 이렇게 괴수 운운하며 가볍게 썼지만 사실 나는 정말 화 많이 내고 짜증 많은 엄마다.

에이 다들 애들 키우면서 화도 내고 그렇죠라고 할수도 있는데 솔직히 난 좀 심각하다.

스스로 감정의 통제가 거의 안되는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성격 또한 말도 못하게 급하다.





아이들이니까 느릴 수 있고, 아이들이니까 실수를 하는건데 이상하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급한 내 성격에 따라 정해진 루틴 안에 아이들이 잘 따라가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지 않으면 화를 낸다.






발칵 화를 내고, 속으로 나 지금 뭐하는거야 아직 애들인데 하면서도

기어코 안해도 될 몇마디를 더 늘어놓는다.

화내고 후회하고 화내고 후회하고. 거의 이런 패턴이라 자괴감에 빠질때가 많다.






명상이라도 해볼까 어쩔까 왜 이렇게 화를 낼까 고민하던 와중에 친구와 상담을 했다. 

육아에 대해서는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은적이 별로 없었는데 날이 날인지

친구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던 와중에 내가 왜 이러는지 조금은 알겠더라.








둘 다 계획하고 낳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결혼은 했지만 '부모'라는 것은 나와는 정말 먼 일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산부인과에서도 아이를 가지기 힘들다 말했었다.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당시엔 그 사실이 심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다가온 '임신'이라는 인생 최대의 반전.

뒤를 이어 휘몰아친 '육아'라는 인생 최대의 폭풍.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할말도 많고 여러가지 감정이 올라오지만 길게 쓰지 않겠다.

핵심은 계획적으로 순탄하게 잘 흘러가던 내 인생이 통째로 뒤집어지고 흔들어졌다는 것.








자존감 하나로 살아가던 내가 '나'를 지우고 '엄마'로 살아가게 한 아이들의 존재는 아직도 어렵다.

엄마로 살아온지 꽤 긴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어려운 것 같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 다시 '나'를 찾아가고 있는 요즘에도 말이다.




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했구나. 

내가 이렇게 잔소리가 많았구나. 

내가 이렇게 배려하지 않았구나.





내가 이렇게... 아직도 어른이 아니었구나.





날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 우리 아이들이 사실 날 어른으로 만들려는 신의 계획인가 싶다.

비록 신을 믿지 않지만 우주의 어느 초월적인 존재가 제대로 살아보라고 아이들을 보냈구나 싶다.



그래서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반어른이'는 '어른' 되겠다고 바둥대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화를 덜내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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