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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스트셀러 밍뮤즈 Feb 17. 2020

다섯살이 가르쳐준 '나' 칭찬법

여느때처럼 아이들 저녁을 해치우고 폭풍 설거지 중이었던 오늘 저녁.

둘이 잘 노나 싶더니 또 한명씩 와서 같이 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엄마 나하고 브롤스타즈 카드게임 해요."

"엄마 나 새처럼 날 수 있어요! 한번 볼래요?"

"엄마 나 진짜 재밌는 게임 만들었는데~"




아휴 이 녀석들아. 엄마 설거지 할 땐 니네끼리 노는거야~

훠이훠이 저리가라고 쫓아내고 다시 설거지에 집중하는 찰나

갑자기 귀에 꽂힌 막내의 혼잣말.




"오옳~지! 잘한다, 나~"





응? 뭐라는거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다섯살 막내가 뭔가에 집중하며 폴짝폴짝 뛰고 있다. 땀까지 흘리면서. 




"우리 막내 뭐 하는거야?"

"엄마, 이거 내가 만든 게임이에요. 잘하지요?"




잘하죠.도 아니고 꼭 잘하지요?라고 묻는 우리 막내.

고슴도치 엄마인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절로 엄마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의문 하나.

'나는 나에게 잘한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나?'






최근 몇년 동안 새로운 일을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온 나. 

그 전에는 회사에서 시킨대로만 일했지 내가 스스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적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찾아온 경력단절. 그리고 우울증.

안되겠다 싶어 극복하려고 전혀 안 해본 일들을 하나 둘씩 시작했다.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칭찬도 받은적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나를 칭찬한 적은 없는것 같다.






나는 왜 나를 칭찬하지 못할까? 내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내가 한 일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큰 수익이나 결과를 내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곱씹어 보니 '내 자신을 별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아서' 아닐까 싶다.




좀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것밖에 못해?

노력도 안하면서 무슨 결과를 원하는거야.

하나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너무 산만해.

하긴 끝까지 뭔가 해본적이 없잖아.




나도 모르게 내가 나에게 쏘아붙인 독설들.

정리해서 글로 써보니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는 그래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남들이 사랑했던 '나'는 내가 사랑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나는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

맨날 막내처럼 큰 목소리로 외쳐줘야지.




"오~ 옳지! 잘한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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